‘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맞아 특별전 열린다

  • 김현 기자

입력 : 2024.03.20 09:44

‘일어나 2024년이야!’·’빅브라더 블록체인’
두 개의 특별전 동시 개최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전위적인 행위 예술과 미래를 전망하고 꿰뚫는 그의 비디오 아트를 보면 어쩐지 느낌표를 붙여 한없이 강조해야 할 것만 같다. 한국 정규 교육과정을 받고 자라난 사람이라면 아마 백남준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 넥타이를 자르거나, 무대 위에서 도끼로 피아노를 부수는 등 매우 파격적인 행위 예술로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한국 출신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텔레비전이 대중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4년, 백남준은 세계 최초 인공위성 생중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전 세계에 발표했다. 이 쇼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모든 사람이 ‘빅브라더’의 감시 속에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서 영감을 받아 조지 오웰의 전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 쇼는 전 세계 2500만 시청자와 함께 즐거운 소통을 도모하며 당시 제한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텔레비전 방송의 긍정적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백남준은 당시 전쟁이 만연한 현실에 화합과 통합을 외쳤다. 명랑하고 유쾌한 작품을 통해서.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세계는 분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남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바밍타이거·류성실, SARANGHAEYO 아트 라이브, 2024. /백남준아트센터
‘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 전경. /김현 기자
 
이에, 202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을 기념해 2개의 특별전이 백남준아트센터에서 21일부터 열린다. 첫 번째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의 장면을 통해 현재를 마주한다. ‘과달카날 레퀴엠’(1977/1979), ‘세계와 손잡고’(1988) 등 백남준의 작품과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와 미술가 류성실이 함께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가 전시된다. 이를 통해 동시대 아티스트의 새로운 쌍방향 소통과 이들이 진단하는 평화와 예술의 현주소를 함께 제시한다. 2025년 2월 23일까지.
 
홍민키,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2024,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9:40. /백남준아트센터
HWI(휘), 너의 전생, 2024,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37. /백남준아트센터
이양희,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2024,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30. /백남준아트센터
 
두 번째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섭외했던 수많은 예술가에게서 영향을 받은 한국 동시대 작가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HWI(휘),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아홉 명이 참여한다. 출품작은 오늘날 만연한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해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한다. 본 전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기술의 용도 전환 가능성을 제시하며 조지 오웰이 간과했던 나머지 ‘절반’의 이상을 좇아간다. 8월 18일까지.
 
또한 다채로운 연계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인다. ‘일어나 2024년이야!’에서는 배우 황석정이, ‘빅브라더 블록체인’에서는 배우 김신록이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한다. 또한 두 특별전 모두 아티스트 토크가 준비돼 있다. 또 개막식이 열리는 21일 오후 4시에 작가 조승호, 권희수의 퍼포먼스, 2부에서는 HWI(휘)와 김도언의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한편, 두 전시는 40년 전 백남준의 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 평화의 가치에 다시 주목한다. 밤하늘의 별처럼 크고 작은 인공위성이 지구를 가득 덮은 지금, 폐허에서도 전쟁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위성망의 효용에 환호하기 전에 연결의 기술을 소통과 평화의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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