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13 16:47
한국 전통 소재로 재해석한 동시대 예술
작가 김덕한·김현주·유민 3인
3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 용문동 갤러리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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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시각으로 한국 전통 재료를 현대 예술로 재해석하는 작가 김덕한, 김현주, 유민 3인의 그룹전 ‘FROM THE EARTH: 땅으로부터’가 3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 용문동 갤러리 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땅에서 기인한 옻칠, 한지, 도자를 주재료로 사용해 각각의 작가가 땅의 에너지와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얻어낸 수액을 바르는 것으로, 땅을 기반으로 자라난 옻나무의 생명력이 중요하다. 한지 역시 마찬가지다. 닥나무로 만든 종이로 닥종이라고도 부른다. 한지는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고, 옻칠과 마찬가지로 땅에서 자라난 나무를 재료로 한다. 도자는 여러 종류의 흙을 혼합하기도 하지만 결국 땅에서 얻어온 흙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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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한은 옻칠을 이용해 시간을 담아낸다. 전통 칠과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한 작가는 전통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동아시아의 옻칠 방법론을 자신의 예술에 접목시킨다. 작가의 작업은 옻칠의 다채로운 색상을 계층적으로 덧입혀, 각 층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며 시간에 걸쳐 쌓인 흔적을 드러낸다. 옻칠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색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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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눈이 쌓인 듯한 한지가 있다. 화려한 장식이나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상한다. 한지가 가진 질감과 강도에 대한 실험을 거듭하는 김현주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은 접착제나 다른 첨가물 없이 오로지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진 것으로, 강도와 구조를 갖춘 한 장의 입체적인 종이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미적인 측면뿐 아니라 한지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자연과 예술이 유연하게 결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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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위 독특한 색의 거품이 흐르는 듯하다. 마치 수백 년 전 깊은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신비롭고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유민은 자연의 원초적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도자기로 감정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도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의 움직임과 고유의 특질을 작품에 반영한다. 또한 다양한 유약의 조합을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담아낸다.
옻칠, 한지, 도자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오로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와 한국적 전통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더불어 관람객에게 자연과 인간의 소통 방식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하며 발 딛고 사는 땅에 대한 사색과 경의를 표하는 장으로서의 자연을 조명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