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11 13:57
리너스 반 데 벨데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아트선재센터·스페이스 이수 두 곳서 동시 개최
회화·조각·영상 등 다양한 매체 통해 작업 세계 총망라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의 개인전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가 5월 12일까지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동시 개최된다.
작가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여행을 주제로 작품을 전개한다. 또한 과거 미술사를 과감하게 재해석하며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 에밀 놀데(Emil Nolde·1867~1956),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1872~1944) 등을 만나는 예술의 모험을 떠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태양 아래서 자연을 그리고자 했던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가 된 듯한 ‘허구적 자서전’에 기반한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돼 작가의 최근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은 앙리 마티스가 그림 그리기에 가장 좋은 빛을 찾기 위해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나며 한 말을 인용한 반 데 벨데의 작품 제목 ‘나는 해와 달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2023)에서 가져온 것이다. 작가는 이 문장으로 20세기 야수파 화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한편 자신은 실제로 떠나지 않고도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국적인 세계로 상상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작업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와 스페이스 이수에서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는 파편화된 이야기가 무의식적인 꿈의 연속처럼 펼쳐지는 두 편의 영화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된다.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2019~2022)에서는 똑바로, 거꾸로 읽어도 같은 제목으로 읽힌다. 작가는 이를 통해 초현실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보여주며 자아의 죽음과 탄생을 반복한다. ‘하루의 삶’(2021~2023)에서는 외광파 작가의 하루 여정을 그린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며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는 모두 작가가 직접 만든 것으로 모든 소품을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반포동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영화 세트이자 조각인 ‘소품, 터널’(2020) 외에도 빈 침대를 그린 차콜 드로잉, 20세기 초의 외광파 작가와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상상의 풍경을 그린 오일 파스텔화 등이 내걸린다. 작가가 많은 미술 사조 중에서도 외광파를 주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빛과 자연을 찾아 작업실 밖으로 나간 외광파 작가가 작업실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자신과 가장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상상과 현실, 가짜와 진짜 등 여러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삶과 예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면적 시야를 열어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때로는 터무니없고, 때로는 진지한 작가의 내적 모험에 동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