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한’ 회화의 매력 속으로 떠나볼까… 하정현 개인전 ‘투명한 밀도’

  • 김현 기자

입력 : 2024.03.07 17:28

오는 9일부터 30일까지 로이갤러리 압구정

Draw without drawing 147, 2024, oil on canvas, 80.3x80.3cm. /로이갤러리
 
보기만 해도 가뿐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 있다. 블루 계열의 상쾌한 색감과 자유로운 터치감으로 ‘슥슥’ 그려낸 하정현의 작품이다. 디자인 관련 업무를 했던 작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양식인 글래스모피즘을 작품의 특징과 연결한다. 글래스모피즘이란 유리의 질감과 투명도를 이용한 디자인 양식 중 하나로, 디지털 화면에서 많이 쓰인다.
 
또한 다중으로 중첩되는 드로잉 레이어를 묵직한 밀도로 축적해 오히려 화면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과 그 순간을 이루는 모든 것들은 유한해 지금 실재하지 않기에 나에게 강한 슬픔과 두려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흐려지고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들은 내 놀이의 흔적으로서 생생하게 다시 존재하게 된다. 유한했던 것들은 캔버스 속에서 한데 모이고 어우러져 영원히 그리고 무한히 생동한다.”라고 말했다.
 
‘투명한 밀도’ 전시 전경. /로이갤러리
‘투명한 밀도’ 전시 전경. /로이갤러리
‘투명한 밀도’ 전시 전경. /로이갤러리
 
이번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 ‘투명한 밀도 Luminous Density: Innocence on Canvas’ 역시 이러한 작가의 특징을 상반된 두 단어로 나타낸 제목이다. 작가가 지향하는 행복의 근원인 기억과 순수한 추억을 겹쳐 밝고 포근한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출품작은 모두 신작으로 작가가 그간 작업해 온 ‘Draw without drawing’ 시리즈의 연작이다.
 
전시는 오는 9일부터 30일까지 로이갤러리 압구정에서 열린다. 작품이 가진 특성을 보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작품을 공중에 매달거나 바닥에 세우는 등 흔히 볼 수 있는 전시장의 평면에서 벗어난 배치를 선보인다.
 
전시 관계자는 “작가의 환경과 도달한 현재 작품관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개체 간 중첩과 색상의 선명도를 높여 역설적으로 투명도를 강조하는 점, 테두리 묘사 시 드러나는 은은하고 가벼운 질감은 글래스모피즘 양식과 작품의 접점이 되었다. 이러한 비유는 작품이 가진 자유분방함과 순수함을 넘어 작품의 완성도와 성취를 전해준다.”라며 전시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한성대학교 부설 디자인아트 교육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갤러리 헤세드를 비롯해 개인전을 9회, 영국 사치갤러리를 비롯한 그룹전을 50여 회 가졌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 다수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