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중심에서 펼쳐지는 미술 향연 ‘몰타비엔날레’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4.03.06 18:04

 
‘몰타비엔날레(maltabiennale.art)’ 첫 번째 에디션이 오는 13일부터 몰타 전역에서 펼쳐진다. 처음 열리는 본 비엔날레는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를 중심으로 고조섬, 비르구 등 섬 전체 곳곳의 문화유산에서 4개의 본전시관과 16개의 국가관과 주제관으로 꾸려진다.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아래 위치한 섬나라다.
 
‘인술라필리아(Insulaphilia)’라는 주제로 열리는 본전시에 대해 소피아 발디 피기(Sofia Baldi Pighi) 몰타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섬은 엽서처럼 완벽한 유토피아가 아닌, 배움과 조우를 생산하는 경계”라고 말하며, 본전시가 지중해 중심에 위치한 작은 섬인 몰타가 다양한 문명을 관찰하고 체화하며 교류와 이주, 식민과 정착의 역사로 쓰였다는 점에 주목한 배경을 설명했다.
 
 
본전시에는 2013년 터너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평생공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칠레 작가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 등 20여 개국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본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로는 듀킴과 얄루가 있다. 
 
구기정 작가의 작품.
 
한국 국가관도 마련된다. 발레타 국립고고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Archaeology)에 자리 잡은 한국 파빌리온 전시는 이지언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혼종-고립된 풍경(Hybrid Isolated Landscape)’이란 주제 하에 구기정 작가의 신작을 소개한다.
 
구기정은 실재하는 풍경을 3D 렌더링 기반의 디지털 이미지로 재현하고 이를 물리적 공간에 영상 및 설치로 구현하면서 인간과 기계, 자연의 관계를 살피는 작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로 가공된 실재의 풍경은 증강된 현실의 비실제적 자연과 접목돼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위치한 모호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구기정 작가.
한국 파빌리온 전시타이틀과 동명의 출품작 ‘혼종-고립된 풍경’(2024)은 진동하며 역동하는 현대 한국의 풍경에서 시작됐는데,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의 물리적 현실과 가상세계에서 비인간-인간을 고립시키는 새로운 유형을 바탕으로 한다.
 
작품에서 한국을 휴전선으로 북부 대륙과의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단절로 사실상 사면이 바다 또는 해역이나 수역으로 둘러싸인 일종의 섬나라 또는 해양 국가라고 상정한다. 섬나라에서 급속도로 맞이한 디지털 전환기(DX)는 디지털 고립을 맞이한다. 개인이 판타지와 상상으로 구축한 이미지로 세계를 인식하기에 이르는 현상을 마주하며, 이에 따라 자연은 인공적으로 생산 및 소비되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실제로 보지 않은 풍경은 스크린으로 조우한 크롭된 데이터 셋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이는 신체를 물리적으로 더욱 고립되게 만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존재가 불투명한 미지와의 조우를 이끌어 낸다. 작품의 6채널 디스플레이에서는 스크린 너머의 몰타, 작가가 촬영한 제주의 풍경이 애니메이팅돼 뒤섞이며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생태를 배경으로 인공 생명과 함께 혼종적 풍경을 구축한다.
 
 
몰타와 한국은 근처 국가에 의해 지배된 공통된 경험이 있다. 특히 몰타는 독특한 지형의 여러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주도 역시 화산의 분출로 형성된 고유한 경관이 몰타와 같이 휘어진 역사를 공유한다. 제주에서는 현무암 등 화산암을 쉽게 볼 수 있고 대도시에서 찾기 힘든 야생종이 곳곳에 자라나며 서식한다. 서울은 섬을 육지로, 육지를 섬으로 인공적인 도시환경을 구축하며 새로운 풍경의 역사를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단절과 이에 따른 고립을 겪는 동시에, 기술 진보 사회는 또 다른 고립(미디어·디지털 고립)의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제1회 몰타비엔날레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4월 17일부터 프리뷰 오픈하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과 맞물려 세계 곳곳의 아트러버들의 방문이 기대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