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상징하는 나무의 이면 엿보다… 이열 사진전

  • 김현 기자

입력 : 2024.03.06 15:09

25일까지 남해유배문학관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 전시 포스터. /남해유배문학관
 
어둠 속에 있던 나무에 빛을 비추자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방으로 쭉 뻗은 가지와 풍성한 잎이 나무가 그간 지나온 오랜 시간을 짐작게 한다. 사진가 이열의 작품이다. 작가는 2013년 ‘푸른나무’ 시리즈를 시작으로 국내의 섬 나무 시리즈, 그리고 이탈리아 ‘올리브나무’와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 피지의 '맹그로브' 등 해외의 경이로운 나무의 모습을 포착했다.
 
작가는 이달 25일까지 개인전 ‘남해신목_시간의 기억’을 남해군 남해유배문학관에서 가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 5년간 작업한 섬 나무 시리즈인 ‘제주신목’, ‘통영신목’, ‘신안신목’의 연장선이다. 작가는 2022년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수시로 남해를 방문해 천연기념물과 보호수 등 노거수를 촬영했다.
 
대벽리_왕후박나무, pigment ink-jet print on Hahnemühle photographic paper, 138x94cm. /남해유배문학관
 
사람들은 보통 나이테로 나무의 시간을 가늠해 보곤 한다. 작가는 나무를 촬영해 우리의 시간과 기억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어두운 밤, 나무에 조명을 주는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활용해 촬영한다. 조명의 색과 종류, 확산의 정도와 밝기를 섬세하게 조절해 살아있는 나무에서 받은 각 나무의 정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사진에 투영한다. 나무에 조명을 주는 장치를 통해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번 남해에서는 녹색과 청색, 노란색으로 표현해 몽환적이고 따스한 느낌의 작품을 남겼다.
 
작가의 사진은 실제 존재하는 나무를 촬영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적인 요소가 있으나, 나무에 조명을 더해 단순한 기록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 의도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파인아트의 속성을 띠고 있다.
 
또 다른 출품작인 '물건리_방조어부림'을 보면 마을 주민들의 시각에서 방조어부림을 조망하고 있다. 마을 쪽에 있는 논에 푸른 조명을 하여 마치 방조림 뒤에 있는 바다를 방조어부림 앞으로 끌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또한 작가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뿐만 아니라, 사람의 동반자로서 나무의 흔적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지리 팽나무의 금줄을 보며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인간이 나무에 의지하며 기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다짐하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마치 “그 다짐이 쌓여 신념이 되고 험한 자연과 더 험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용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나무와 사람 간의 신뢰와 동반의 관계에 주목하며 나무는 많은 이들의 염원을 기록한 타임캡슐일지도 모른다며 작가의 사진들 역시 이 나무들의 타임캡슐이 되길 기원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