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29 16:06
‘거대한 유기체’ 도시의 에너지 표현
16미터 대형 파노라마 회화와 조각 작품 최초 공개
5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


“제게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유기체와도 같습니다. 도시를 표현한다는 것은 도시 속의 개성과 문화를 통해 직접 느낀 에너지를 그리는 것이죠.”
도시 안팎에서의 경험과 감정을 밑그림 없이 점과 선으로 채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해 온 윤협(42)은 그중에서도 ‘밤’이라는 시간 속의 도시 풍경에 매료돼 이를 그린 회화로 잘 알려져 있다. 밤의 옷을 입는 도시가 주는 적막함과 고요하고 생경한 장면을 즉흥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시각언어로 조합한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선의 리듬과 색상의 화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청각적 경험까지도 부여하는 듯하다.
실제 그의 회화는 음악과 관련이 없지 않다. 특히 큰 흐름의 계획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직관적으로 연주한다는 대목에서 재즈를 연상한다. 윤협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8년 배웠는데,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훨씬 더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힙합, 펑크 등 다양한 음악을 선호하며, 작업에 몰입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흡사 스케이트보드를 타듯이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점과 선을 짧게 그려나갈 때는 시의 운율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밑그림 없이 점과 선으로 그리는 방식은 2004년 라이브 페인팅 당시 공간과 순간의 감각을 즉흥적으로 점과 선으로 표현했던 경험에서 기인했다. 특히 그는 조색에 많은 공을 들이는데, 작품 주제에 따라 색상을 결정하는 조색 과정 또한 어린 시절 받은 악기 수업과 연결된다. 바이올린 현에 집중하며 조율하는 기분으로 아주 미세한 차이도 주의를 기울여 색상을 만들어 나간다.



윤협 개인전 ‘녹턴시티(Nocturne City)’가 5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보는 초기작을 비롯해 신작 회화와 최초 공개하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230여 점의 작품이 내걸린다. 전시명의 녹턴(nocturne)은 작가의 작업이 밤에 영감받아 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밤은 기억의 조각을 상기시키며,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개성이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매력적인 시간이라고 윤협은 말한다.
출품작 ‘Seoul City’(2023)는 그의 고향인 서울에 대한 감정을 그린 것이라면, ‘Walking by the River’(2023)는 런던에서 개인전을 가진 뒤 방문한 파리에서의 기억을 표현한 회화다. 아울러, 폭 16미터에 이르는 대형 파노라마 작품 ‘Night in New York’(2023)은 맨해튼의 야경을 담은 것으로, 그가 브루클린에서 베어마운틴까지 왕복 200km를 자전거로 달리며 마주한 허드슨강의 야경을 그렸다. 작가는 허드슨강 수면 위에 반사되는 도시의 현란한 불빛을, 모네(Claude Monet)의 ‘수련’을 떠올리며 완성했다고 한다. 더불어, 회화에서 조각으로 탄생한 ‘저글러(Juggler)’와 새롭게 발전시킨 ‘리틀 타이탄(Little Titan)’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한다. 관람료 1만8000원.
한편, 윤협은 2014년 패션브랜드 랙앤본(rag&bone)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일환으로 벽화 작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예술계와 대중의 주목을 동시에 받으며 지금까지 다수의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비롯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 바비브라운(Bobbie Brown), 유니클로(Uniqlo), 베어브릭(Be@rbrick), 허프(HUF), FTC, 나이키 SB(Nike SB) 등을 포함한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그의 작품은 나이키(Nike) 오레곤 본사와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뉴욕, 티파니앤코(Tiffany & Co.) 오렌지카운티, 페이스북(Facebook) 뉴욕, 와이덴 케네디(Widen&Kennedy) 뉴욕 등에 설치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