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정체성과 존엄성 캔버스에 담아… 오티스 콰메 계 퀘이코 개인전

  • 김현 기자

입력 : 2024.02.28 11:25

아시아 첫 개인전
3월 10일까지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

Take Two, 2023, oil on canvas, 152.4x152.4cm. /김현 기자
Wilderness I, 2023, oil on canvas, 121.9x91.4cm. /가나아트 나인원
작품 ‘Take Two’ 디테일 컷. 실제 귀걸이가 캔버스에 부착돼 있는 모습. /김현 기자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은 구름이 된다. 반짝이는 체인 목걸이는 캔버스에 붙어있고, 화면 속 인물이 입은 옷 위로는 실제 지퍼가 달려있다. 다채로운 색채와 인물의 생동감 있는 눈빛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작가 오티스 콰메 계 퀘이코(Otis Kwame Kye Quaicoe)의 작품이다.
 
오티스 콰메 계 퀘이코는 어린 시절 고향에 있는 영화관 뒤편에서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기 위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던 여러 예술가를 목격한 것을 계기로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작가는 스크랩한 기사나 잡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스케치로 옮기기 시작한다. 가나의 가나타 예술 디자인 대학(Ghanatta College of Art and Design for Fine Art) 졸업 후에는 사진작가였던 절친한 친구의 스튜디오에서 사진 기술을 익히고, 이후 직접 촬영한 인물 사진을 통해 각 인물의 개성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뒤 이를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
 
Nelly White, 2023, oil on canvas, 213.4x137.2cm. /가나아트 나인원
작품 ‘Wilderness I’ 디테일 컷. 다양한 색을 활용해 인물의 눈을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표현했다. /김현 기자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잡지 화보를 연상시키는데, 이유는 역시 사진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의 배경 때문이다. 특히 대형 초상화는 강렬하고 대조적인 색감을 이용해 연출한 피사체의 태도를 통해 흑인을 팝 아이콘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더불어 아프리카 전통 문신에서 영감을 받은 얇은 선의 패턴은 작가의 주된 특징인데, 이러한 선을 이용해 얼굴과 몸의 정교한 굴곡을 따라 표현하면서 문신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렇듯 작가는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에도 능숙하다. 격동하는 미국 사회 속 흑인의 개성과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오티스 콰메 계 퀘이코의 아시아 첫 개인전 ‘Embodiment’가 3월 10일까지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린다. 작가는 2022년 로버츠 프로젝트(Roberts Project,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포틀랜드 미술관(Portland Art Museum, 오리건), 루벨 미술관(Rubell Museum, 플로리다), 피카소 미술관(Museo Picasso Malaga, 말라가, 스페인) 등 다수의 기관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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