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섞인 과거와 현재로 엿보는 미래… 그룹전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

  • 김현 기자

입력 : 2024.02.05 14:54

3월 9일까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Nostalgics on realities)’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Nostalgics on realities)’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시 천(Jesse Chun·40), 정유진(29), 권용주(47), 남화연(45), 이해민선(47), 양유연(39) 작가 6인의 전시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Nostalgics on realities)’가 3월 9일까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자만의 지형을 형성하며 한국 현대미술계에 기여한 작가 6인의 신작과 근작을 아울러 선보인다. 갤러리 1층과 2층에 걸쳐 전시되며 회화, 드로잉, 조각, 영상 작품은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번 전시는 과거에 대한 동경을 뜻하는 노스탤지어에서 더 나아가, 뒤섞인 과거와 현재, 그로부터 비롯된 미래상에 대해 담았다. 작가 6인은 이러한 파편을 동원해 미디어로 통합되는 보편적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가시화한다. 이는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현재를 감각하고 모종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촉발한다.
 
양유연, 기록의 기억, 2023, 장지에 아크릴릭, 53x65cm. /타데우스 로팍 서울
이해민선, 고요한 삶 _ 침전물, 2023, 인화지 위에 아크릴릭, 115.3x93.3cm. /타데우스 로팍 서울
권용주, 슬링벨트 1”-3M, 2”-4M, 2022, H빔, 슬링벨트, 제스모나이트, 145x35x35cm.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시 천, 탈언어화의 악보(천지문 그리고 우주; no.042423), 2023, 흑연, 벨륨지, 안료, 핀, 2개의 아티스트 프레임, 각 38.1x27.9cm. /타데우스 로팍 서울
 
제시 천은 언어를 시각, 청각적 단편으로 분해한다. 언어에 내재한 전통적인 계급구조와 영어권과 비서구 언어권 간에 정립된 문화 정치적 권력구조를 해체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언랭귀징(unlanguaging)이라고 칭하며 해체와 탈중앙화를 구심으로 삼는다. 대안적 현실을 구축하는 정유진은 조각과 설치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재앙에 감응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환경을 구현한다.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폐허의 풍경은 때때로 만화적 요소가 더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대중 미디어에서 재앙이 어떻게 감각되는지 사유하고 더 나아가 현실과 구조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조명한다.
 
권용주는 ‘석부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작가는 돌 대신 콘크리트를 사용해 울퉁불퉁한 절벽처럼 만들고 그 위에 빗자루나 대걸레 등의 일상 소재를 얹어 노동과 놀이, 그리고 자연과 인공 세계를 병치해 흥미로운 풍경을 구현한다. 예술적 실천으로서의 연구를 기반으로 역사를 추적하는 남화연은 현대무용에서부터 우주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데, 결국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축은 시간의 속성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자연적 질감을 띠고 변형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동판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해민선은 드로잉과 사진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풍경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더 나아가 이를 인간 조건에 대한 실존적 물음을 제기하는 하나의 통로로 삼는다. 나무의 몸통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그린 인물 초상 작업이 대표적 예다. 양유연은 사물이나 고립된 인물을 확대해 장지에 담아내는데, 먹먹하게 스며들어 흐릿한 질감으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노스탤지어의 감정을 자아내며 빛과 그림자의 극적인 대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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