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01 13:32
‘놀이터’ 소재로 어린 시절 기억 풀어내는 회화, 애니메이션, 설치 등
한국 첫 개인전 ‘내 마음속에 싹을 틔워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의 원천이자 유희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외로움과 기다림의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곳이다. 플로렌스 유키 리(Florence Yuk-Ki Lee)는 놀이터의 이러한 양가성으로부터 가로등에 불빛이 켜지는 늦은 시간까지 누군가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고, 이를 애니메이션, 설치, 드로잉 등 다채로운 매체로 풀어낸다. 그는 유년 시절 놀이터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공원과 밀접한 오브제를 활용해 어릴 적 추억을 담아내는데, 상반되는 두 상황이 공존하는 놀이터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대면함으로써 그때의 감정을 재현할 수 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시간에 기반한 매체를 통해 삶의 덧없는 특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장소에 대한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영상 작업은 의식의 흐름을 잡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정지된 화면을 디지털로 그려내어 소규모적인 내러티브를 불러일으킨다. 같은 장면들이 주로 반복되기도, 가끔 새로운 장면들도 등장하는데 이러한 흐름은 문득 생각나는 꿈이나 기억 그리고 감정을 상징한다.
작가는 도시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가로등을 감정적 표현의 매체로 삼곤 하는데, 자신이 그린 애니메이션 속에서 불을 밝히는 램프가 어두운 길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무한하고 대체 불가능한 따뜻한 빛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마음이 비록 조각나더라도 빛날 수 있음을 상징하는 작가의 주요한 오브제로서, 빛을 통해 보호와 안전, 평온함을 전달하는 듯하다.


플로렌스 유키 리의 한국 첫 개인전 ‘내 마음속에 싹을 틔워줘(Let It Sprout Beneath My Skin)’이 2월 24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린다. 일시적인 형상, 살아있는 경험, 그리고 시각적 은유를 구성하며,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 간의 다층적인 연결을 탐구하는 미디어 작가인 그의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채로운 작업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홍콩예술개발위원회(HKADC)로부터 받은 문화교류지원금을 바탕으로 시작한 리서치 레지던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시도한 유화와 아크릴 회화를 최초 공개한다. 한국과 홍콩의 각 도시 속 다른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 고유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캔버스가 아닌 나무 패널을 바탕지로 삼아 기존의 디지털 드로잉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질감과 색감, 구조를 느낄 수 있다.


모든 관객이 하나의 장소 즉, 놀이터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상기시키며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길 기대한다. 또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인 한 부분을 꼬집어 작품에 녹임으로써 모두에게 전하는 따듯한 위로를 전달받고, 일상에서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보지 못했던 특별한 것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플로렌스 유키 리는 홍콩 출신으로 Central Saint Martins,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2021년 홍콩 시립대학에서 Creative Media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크리스탈상, 크로아티아 애니마페스트 자그레브 최우수 학생 영화상, 스위스 판토체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최우수 국제 영화상 등에 후보로 올랐다. 홍콩 M+ 미술관에서 의뢰받아 제작한 미디어 작품 ‘Park Voyage’(2023)가 홍콩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전시된 바 있으며, 해당 작품은 현재 M+ 미술관 파사드에 올해 말까지 내걸린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