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6 10:51
31일까지 부암동 에이라운지


일종의 패턴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과감히 화면을 가로지르는 곡선과 직선이 등장한다. 이 형상을 해석하려는 노력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작가 정현두의 작품이다. 이에 대해 미술비평가 안소연은 “그의 그림은 밤에 쓴 일기 같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기억할지, 혹은 이미 사라진 형상에 대해 어떻게 떠올려야 할지, 그런 바람이 독백으로 쏟아낸 비밀처럼 빼곡하다”라고 설명했다.
정현두는 무한히 변화하고 확장하는 회화를 지향한다. 숲을 주제로 했던 초기 작업에서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를 앞에 두고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겠는 감각 과잉 상태를 경험한 뒤 오히려 바라보기의 행위를 포기했다. 시각을 배제하자 오히려 다른 감각에 집중할 수 있었고 비로소 대상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후 작가는 평면에 고정된 대상을 그리는 작업으로부터 점차 멀어졌으며, 마침내는 캔버스와 작가 사이에는 붓을 든 신체만이 남아 직관에 따라 붓질을 하고 그 흔적에 반응하며 즉흥적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완성해 왔다.


최근 정현두는 캔버스의 프레임 안에 완결된 작업을 담아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탈피해 확장하는 회화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아무 상관 없는 독립적 그리기의 사건을 하나의 서사 속에 연쇄시켜 새로운 보기의 방식을 제안한다.
정현두는 31일까지 개인전 ‘서서히, 그림자 다리 숨은’을 부암동 에이라운지에서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가 변화하는 환경에 조응하며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다른 그림과 관계 맺는 방식을 실험한다. 작가는 그림과 그림, 화면과 화면 간의 간극을 통해 이미지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8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