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08 16:38
이건용, 승연례, 안창홍 등 23인 36점 선봬
31일까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새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기획전 'Happy Hori Day'를 개최한다. 지난 2020년 개관 이후 호리아트스페이스의 전시에 초대됐거나 2024년 함께할 작가 23명의 작품 36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한국 현대미술의 확고한 매력과 경쟁력을 선도해 온 70~80대 원로작가부터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가는 30~40대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형언어와 기법을 만나볼 수 있어, 보는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할 만하다.


우선 이건용 화백은 특유의 신체회화 특성이 담긴 ‘Bodyscape’ 회화 소품을 출품했고, 승연례 화백은 일필휘지의 필력이 돋보이는 드로잉 회화 2점을 선보인다. 신형상회화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안창홍 화백은 ‘이름도 없는’ 제목의 얼굴시리즈 소품 2점, 지난해 인천문화재단 ‘제1회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오원배 화백은 명상적인 드로잉으로 포착한 서해안 갯벌의 인상을 전한다.
김남표 작가의 회화는 짙푸른 제주도 애월 바다와 하늘 사이를 가르는 일출 장면을 품어 마치 청룡이 승천하는 듯한 신비로움이 담긴 200호 대작을 선보인다. 또한 초현실적인 화풍으로 꿈속의 한 장면을 옮긴 듯한 차소림 작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특별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박효빈과 유현경 작가, 물결처럼 부드러운 붓 터치로 감미로운 위안을 선사하는 최제이 작가 등의 작품들이 서로 대조를 이뤄 생동감을 자아낸다.
한국인의 큰 사랑을 받는 달항아리 소재를 서로 다른 조형어법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흥미롭다. 강민수 작가는 전통 장작가마를 통해 풍박한 미감을 지닌 달항아리의 묘미를 보여주고, 강준영 작가는 달항아리 형상에 두터운 마티에르를 살려 ‘I WAS BORN TO LOVE YOU!’라는 글귀를 적어 ‘나를 사랑하는 이’를 만난 것처럼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음악이 나오는 아트벤치를 선보이는 한결 작가는 큰 목판을 달항아리 형상의 테두리만 남긴 작품으로 여백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변웅필과 정보경 작가의 인물에 대한 해석도 비교할 만하다. 변웅필은 붓 자국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회화의 평면성으로 인물을 단순화한다면, 정보경은 바로 앞의 모델이 풍기는 직관적인 인상을 자유로운 붓 터치로 속도감 넘치게 표현해낸다. 허명욱 작가와 남지형 작가는 같은 둥근 화면을 추상과 구상적 회화로 활용한다. 수없이 반복적인 옻칠로 잠든 새벽하늘만큼의 명상적 깊이를 만들어낸 허명욱 작가와 천적의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상생의 삶을 노래하는 남지형 작가의 작품이 좋은 대조를 이룬다. 더불어, 재료의 특성을 연구하는 김찬일 작가도 반복적인 수행적 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전개해 오고 있는데, 작가 고유의 촉각적 화면은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예 기법을 다룬 작품은 김명주, 정지숙 두 명의 작가다. 김명주는 붉은 산을 이고 있는 여인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도조 작품 ‘노스탈지아’를 출품했고, 정지숙은 귀엽고 깜찍한 표정으로 시선으로 사로잡은 꼬마 형상의 캐릭터 작품으로 흥미를 더한다. 입체작품 중에는 포스코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진행 중인 송필 작가의 브론즈와 스테인리스 스틸 용접 매화 작품도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제주도의 풍경을 한 편의 시를 쓰듯 영상으로 옮긴 민병훈 영화감독의 작품, 흙물에 안료를 희석해 원초적인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채성필 작가의 ‘물의 초상’, 주사기 통에 물감을 담아 일일이 수만 개의 점을 찍어 ‘자라나는 마음’을 표현한 윤종석의 점묘회화 작품도 눈여겨봄 직하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