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03 18:00
강우영 개인전 ‘Full Load’
전시장 걸으며 직접 경험하는 설치 작품
독산동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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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전시장은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걸음을 옮기면 움직이는 시점에 따라 50여 개의 대형 유리판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전시장 맞은편에는 허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유리판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며 나아가야 한다. 유리판은 각 모서리에 연결된 4개의 줄로만 매달려 있으며, 무게로 인해 가운데 부분이 자연스럽게 휘어진다. 마침내 도착한 작은 공간에는 상처받아 부서지고 무너져버린 파편 상태의 개인을 표현한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Full Load’를 선보인 작가 강우영은 시대적 상황과 개개인이 지닌 삶의 무게를 조명한다. 작가는 우리 주변 사람의 고통과 상처는 숨겨져 있고,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다는 의미를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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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영은 출품작 ‘Full Load’에서 깨질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50여 개의 유리판을 통해 자신의 무게 외에는 약간의 짐도 실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친 현대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유리판은 작가가 설정한 빛을 받으며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던 유리의 존재가 슬며시 드러나게 된다. 이는 사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향한 관심의 표명이면서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자 한마디 위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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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Load’를 지나온 뒤 별도의 작은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어떤 말’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작한 묵주 형태의 오브제와 단상으로 이뤄진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누군가가 부서진 파편이 된다 해도 다시 소생할 수 있음을 말하면서 그 가능성을 서로에게 건네는 말에서 찾는다. 높이가 낮은 공간 입구를 드나들기 위해서는 몸을 숙여야만 하는데 이는 상대를 위한 겸손한 태도를 의미한다.
전시를 관람한 후 2층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편안하고 밝은 빛을 체감하게 된다. 전시 내내 어두운 환경 속에서 흐릿한 빛을 포착했던 탓인데, 관람객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화려한 빛에 가려져 무심코 놓치고 지나쳤던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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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카페와 전시 작품이 어우러진다. 공장 노동자 숙소를 개조한 이 공간에는 강우영의 사진 작품이 내걸린다. 이번 전시는 27일까지 독산동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열린다.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따뜻한 설치, 영상, 사진 작품 7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강우영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까지 일본을 거점으로 설치 작가와 지역 기반 아트 프로젝트 연구자로 활동하며 다수의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소마미술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등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작가,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작가,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작가, MMCA 국제교환입주프로그램에 선정된 바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