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29 17:31
기존 숫자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
무조건적 수용 대신 독창적 시각 제시
2월 3일까지 용인 갤러리위

일률적 숫자 체계에 대한 의문으로 새로운 기호를 학습하고, 시각 예술로 확장해 펼쳐 보이는 작가 이성복의 개인전 ‘C.P. Gradations’가 2월 3일까지 용인 수지의 갤러리위에서 열린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는 고정불변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글자의 변화를 통해 수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고, 모양에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로마, 바빌로니아, 이집트의 숫자 기호와는 다르게 아라비아 숫자는 일관된 증가 패턴을 파악하기 어렵다.
기호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이성복의 창작연구가 시작됐다. 독점적 숫자 사용의 한계와 변화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Gradation Number'라는 이름의 새로운 십진수 기호체계를 고안했다. 'Gradation Number'는 형태의 유사성을 가지며 연속적 단위 증가를 표현한다.


또한 이성복은 2019년부터 ‘Gradation Number’가 한 사람에게 학습되는 과정을 평면, 입체, 영상 등의 시각예술로 발표해 왔다. 이는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기존의 기호 체계에 질문을 던지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우리 주변의 관념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성복이 작품에 담아내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형태나 표기 방식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답습된 개념에 대한 고찰이 현대미술과 어떻게 관계 맺고, 예술 속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넓혀갈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Gradation Number'를 드로잉 패턴으로 평면에 풀어낸 최근작 16점을 선보인다. 자신이 만든 독창적 기호 체계 안에서 도달한 추상적 서사, 생동하는 형태의 연속적 리듬을 함께 나누는 경험이 될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