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옥의 ‘고양이리듬’에 몸을 맡겨볼까… 개인전 ‘온기’

  • 김현 기자

입력 : 2023.12.29 13:37

연필로 그려낸 고양이와 꿀벌
1월 21일까지 해운대 OKNP

고양이리듬-예쁜 가사를 써주고 싶어, 2023, pencil and gold powder on paper, mounted on wooden panel, 162x112cm. /OKNP
 
고양이와 고양이와 고양이. 그리고 꿀벌과 소녀. 그들은 편안해 보이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기도 한 모습으로 작품 안에서 자유롭게 서로 어우러진다. 고양이가 가진 특유의 유연함과 벌의 경쾌한 움직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형미가 형성되고,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서 나오는 따뜻한 정서가 드러난다. 박성옥의 작품이다.
 
각자의 신세, 2023, pencil and gold powder on paper, 78x54cm. /OKNP
하모니, 2023, pencil on paper, 234x108cm. /OKNP
향香, 2023, pencil and gold powder on paper, mounted on wooden panel, 162x112cm. /OKNP
 
밀도감 있는 연필 작업을 선보이는 박성옥은 스님의 일을 도우며 절에서 지낸다. 특히 종교와 밀접한 일상 속에서 내면을 탐구하기 위한 수행이자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인 참선을 좋아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참선이란 얇은 선으로 빈 종이를 채우는 일이다. 의미나 감정을 다루기 이전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방식으로 쉼 없이 그어진 선들은 서로 겹쳐지며 아름다운 이미지가 돼 작품을 보는 관객을 매료시킨다.
 
박성옥은 어른의 마음속에도 동심이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커다란 눈을 가진 단발머리 소녀와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상징이나 목적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존재 그대로의 순수함을 표상한다.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검은색을 동양 철학의 관점으로 보면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인위적인 행동에 의해 만들어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뜻한다. 이는 평소 절에서 머무르는 작가의 생활양식과도 일맥상통한다. 작가 역시 작품 제작에 있어 마음의 평화, 감정의 치유를 위한 작업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자화상-네가 되는 얼굴, 2023, pencil and gold powder on paper, 108x78cm. /OKNP
귀여움의 무게-큰 귀여움에는 큰 무게가 따른다, 2023, pencil and gold powder on paper, 108x78cm. /OKNP
 
소박한 삶의 태도로 자신만의 담담한 미학을 만들어가는 박성옥의 2년 만의 개인전 ‘온기’가 열린다. 신작 30여 점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1월 21일까지 해운대 O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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