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천천히 걷기’를 제안하다

  • 김현 기자

입력 : 2023.12.22 14:20

김나현·김다운·박현욱·성소민·이계진·장현호 6인
내년 1월 11일까지 회현동 금산갤러리

이계진, 소금산수 130, 2023, 장지 위 먹과 소금, 50×125cm. /금산갤러리
장현호, Magnolia 202303201145, 2023, 장지에 아크릴, 호분, 13×60cm. /금산갤러리
 
현대인들은 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휩쓸리듯 살아간다. 우리 주변의 미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중 동양화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고유한 의의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는 점이 특히 닮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 ‘천천히 걷기’를 제안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양화 전시를 소개한다.
 
전시 ‘천천히 걷기: Take Your Time’은 다양한 매력과 저마다의 작업 방식을 가진 작가 김나현, 김다운, 박현욱, 성소민, 이계진, 장현호 6인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현대 동양화를 만날 수 있다. 작가 고유의 개성을 보여주고, 스스로의 감정을 재인식하는 태도를 제안하는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11일까지 금산갤러리에서 열린다.
 
장현호, 202011171355, 2023, 장지에 먹, 호분, 125×190cm. /금산갤러리
 
그중에서도 장현호는 사실적인 동양화를 표방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유는 작업 방식에 있다. 무심코 흘려보냈을 찰나의 순간에 주목해 카메라로 담은 뒤, 작가만의 시각과 감정을 더해 회화로 표현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대비를 강하게 주고, 색을 제거해 보는 이로 하여금 주관적인 개개인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김나현, 약속된 과거 현재 오늘, 2023, 장지에 분채와 석채, 130×162.2cm. /금산갤러리
박현욱, Somewhere over the window in Bloomsbury London 2, 2020, 린넨에 혼합재료, 80x50cm. /금산갤러리
 
김나현은 사랑을 감각한 순간에 대해 그린다. 동일한 대상과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감정은 매번 다른 법이다. 작가는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을 그리는 행위로 표출하며, 역동적인 붓질과 모호한 형상으로 사랑의 순간을 조형화한다. 반면, 박현욱은 누군가의 소유였던 일상의 사물과 장소에 관심을 가진다. 작가는 이것이 삶의 증거이자 존재의 허물이라고 여긴다. 또한 사물의 부재와 빈 장소를 통해 죽음과 삶을 본다. 사물과 장소의 사용자를 비워두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성소민, 모네모네모네, 2023, 목판에 혼합재료, 54×122cm. /금산갤러리
 
성소민은 기억에 대한 접근법으로 목판을 택했다. 이는 조각도를 이용한 반복적인 작업을 수반하는데, 동시에 목판에는 집중력과 물리적 힘이 동반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기억, 타인, 자연에 대한 사유를 발생시킨다. 이렇듯 작가마다 기법도,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도 다르다. 이번 전시는 작가 6인의 동양화적 작업 과정이 작품 위에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