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19 09:21
정수정 개인전 ‘검은 뼈, 진심과 원석’
신화적 상상력 표현한 신작 회화 11점
내년 1월 3일까지 부암동 에이라운지

그림 속 기괴한 외형의 인물은 악당처럼 보인다. 배경에는 거칠고 어두운 정서가 깔려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생명력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정수정의 작품이다. 작가는 신화적 상상을 바탕으로 과학적 논리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사건의 원 서사를 확장해 회화의 기반으로 삼는다. 이를테면, 이유 없이 불타오르는 신체, 빅풋(bigfoot)의 발자국 등 쉽게 규명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작업의 재료가 된다.
정수정은 가천대학교와 글래스고예술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SeMA, OCI미술관 등의 개인전, 대전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특히, 지난 9월 열린 프리즈(Frieze) 서울에서 포커스 아시아 섹션을 통해 솔로 부스를 선보이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프리즈 서울 이후 새로 작업한 작가의 신작 11점을 만나볼 기회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정수정 개인전 ‘검은 뼈, 진심과 원석’이 내년 1월 3일까지 서울 부암동 에이라운지에서 열린다.
그동안 여성 인물을 꾸준히 그려 온 작가는 이번 출품작 소재로 ‘마녀’를 내세웠는데, 관련 서사 속에 등장하는 동물과 사물을 화면 위에 자유롭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마녀와 관계한 역사와 서사, 통념의 경직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낡은 상징을 소비하는 대신 작가 고유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정수정의 화면에서는 익숙한 듯 보였던 것이 낯설고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본래와는 다른 스케일로 확대되거나, 전형적인 색에서 벗어난 강렬한 색으로 강조되거나, 혹은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는 제3의 형상이 되는 식이다. 정수정의 회화는 단순히 레퍼런스의 집합이 아닌, 깊이와 진심을 쌓아 올린 층위인 셈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