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묵상으로의 초대… 신디정 ‘고요의 속’展 개막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12.15 17:17

국내 최초 공개하는 ‘MISS’연작 38점
26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작가가 개인전 ‘고요의 속’ 출품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마주할 때마다 제게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관객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MISS18_00042~43’(2018)은 저로 하여금 끊임없이 비움이란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랄까요. 이 그림을 작업하며 비움의 지점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가득 채운 뒤에야 비로소 비워낼 수 있다는 것을요.”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이 1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개막했다. 지난 9월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마련되는 전시로, 특히 국내에서 ‘MISS' 연작을 선보이는 최초의 자리다. ‘MISS’ 시리즈 38점으로 꾸려지는 이번 전시는 관객을 고요의 중심으로 이끌어 사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날 작가는 전시장 전면에 내걸린 폭 3미터에 이르는 푸른색 대작 ‘MISS18_00042~43’을 눈여겨봄 직한 작품으로 관객에게 추천했다. 휘몰아치는 바람 혹은 물너울을 연상하는 이 그림은 물결치는 필선이 과감하게 드러나며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 회화를 통해 비움의 또 다른 이름은 충만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의 예술 세계는 깊은 침잠으로부터 기인하는데, 이는 작가가 매일 아침 묵상하며 수신제가하듯이 마음을 먼저 정화한 후 캔버스 앞에 서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주하는 내면의 세계를 화면으로 옮긴다. 자신의 무의식에 내재된 시공간을 오가며 경험하는 사색의 궤도를 캔버스 위에 형상화하는 것으로, 이는 작가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형이상학과 신성기하학, 카발라, 구약성서 등에 관한 탐구를 기반으로 한다.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장을 찾은 30대 여성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명상에 빠져드는 것 같다”라며 한동안 그림 앞에 머물기도 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관람객은 “한해가 저무는 이 시점에 조용히 사색에 잠기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라며, “전시명 ‘고요의 속’처럼 말 그대로 전시장 전체가 보는 이를 고요의 중심으로 이끄는 것 같다”라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작가의 대표 연작 ‘MISS’는 ‘Meditation’ ‘Ictus(Ichthus)’ ‘Soul’ ‘Space’의 각 이니셜을 따와 명명된 타이틀을 지니는데, 이들 단어는 신디정의 예술 세계를 이루는 근간인 명상, 사랑과 나눔을 뜻하는 익투스, 세상의 모든 존재로서의 소울, 그리고 사유를 통해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뜻하는 스페이스를 각각 상징한다. 주로 이들 작품은 붉은빛과 푸른 빛깔의 오묘한 컬러로 이뤄진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전시 서문에서 “그의 근작들은 삶과 존재로부터 느끼는 감정들, 생과 죽음 속에 뿌린 내린 고통과 절망, 그럼에도 애써 수거하여 산포하려는 사랑과 희망, 행복 등이 버무려진 시각과 정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새롭게 혹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갈구하는 것처럼, 채웠다고 믿는 것에 관한 파기의 불안감, 연속되길 기원하는 인간 욕망, 타자로써 완성되는 실존에 관한 질문 또한 짙게 배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26일까지. 무료. (02)736-7833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디정 개인전 ‘고요의 속’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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