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 거장 강운구展 ‘암각화 또는 사진’

  • 김현 기자

입력 : 2023.12.14 09:12

“암각화는 고대의 사진”
시대 아우르는 사진 150여 점
내년 3월 17일까지 삼청동 뮤지엄한미

‘반구대, 한국’(2019). /뮤지엄한미
 
‘왜 고래가 서 있을까.’ 작가 강운구는 우연히 신문에서 접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를 보고 궁금증이 들었다. 작가의 개인전 ‘암각화 또는 사진’은 이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사람이 사는 방법과 환경에 주목해 온 강운구는 1960년대 이후부터 한국 사회의 국면을 끊임없이 기록해 왔다. 수입 사진 이론의 잣대를 걷어내고 우리의 시각 언어로 작가주의적 영상을 개척해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강운구는 이번 출품작을 위해 2017년부터 3년간 국내 암각화와 더불어 한국과 문화적 친연성이 있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을 비롯해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답사했다. 5000년 전 제작된 암각화 속 사람들을 사진으로 포착해 낸 작가는 고대인의 삶을 통해 예술과 학문이 만나 펼쳐진 서사를 보여준다.
 
‘탐블르이, 카자흐스탄’(2017). /뮤지엄한미
‘사르미시사이, 우즈베키스탄’(2018). /뮤지엄한미
‘아르파우젠, 카자흐스탄’(2018). /뮤지엄한미
 
전시장 지하 1층 멀티홀에서는 강운구가 방문한 나라의 여러 지역에 있는 암각화 중 비슷한 형태를 띤 핵심 작업을 재구성해 전시의 요약본으로 제시한다. 이어 복도형 전시실부터 1층 전시실까지 중앙아시아 4개국과 러시아, 한국, 중국, 몽골의 암각화를 선보인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제2전시실에서는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된 한국의 반구대와 천전리 암각화를 소개한다. 또한, 작품 중 암각화로 대변되는 과거는 흑백, 현대인의 삶과 풍경은 컬러로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암각화를 그린 고대의 사람들처럼 시간성과 역사성을 기록하는 기록자의 시선을 가지는 셈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강연, 관람객 참여 워크숍, 도슨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더불어 전시와 연계한 사진집도 발간되는데, 작가의 심도 있는 글과 작품 설명이 수록된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다. 1만2000원.
 
‘암각화 또는 사진’ 포스터. /뮤지엄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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