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존재 방식 그대로… 조현화랑 ‘키시오 스가’

  • 김현 기자

입력 : 2023.12.06 15:55

‘모노하 운동’의 선구자
내년 2월 18일까지

Between Dependency, 2022, wood, acrylic, 180.0x134.8x9.0cm. /조현화랑
 
일본의 모노하 운동을 이끈 키시오 스가(Kishio Suga)의 개인전이 부산 조현화랑에서 14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린다.
 
모노하 운동은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에 걸쳐서 일어난 일본의 예술운동이다. 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해 유용성에서 해방된 물체 그 자체를 표상한 것으로, 그중에서도 스가는 있는 그대로의 물체와의 만남을 통해 고유의 형태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작품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아닌 물체의 본질이 드러나는 상황에 주목하는 이러한 발상은 격변하는 당시의 문화적, 정치적 상황, 전통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당시 서양에서 진행된 미니멀리즘에 반응해 일어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Between Internal Edges, 2022, wood, acrylic, 60.0x44.7x9.5cm. /조현화랑
Placed Edges, 1993, wood, acrylic, galvanized iron plate, 43.7x36.5x8.8cm. /조현화랑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1975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며, 50여 년의 화업동안 물체의 존재 방식과 이를 보는 시각에 대해 탐구해 온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특유의 평면 오브제 작업과 더불어 전시장을 재해석한 장소특정적 설치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풍경을 통한 유동적 관계를 경험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갤러리 1층에 설치한 장소특정적 작품은 전시 공간과 작품의 상호의존성에서 출발한다. 2021년 증축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춘 화랑은 돌계단을 따라 전시장으로 향하게 돼 있다. 창 쪽이 부채꼴인 이형 평면의 공간은 바다와 숲이 전시 풍경과 하나가 되면서도 빛이 직접 들지 않도록 설계돼 미술과 주변 환경을 결합하는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곳에 설치한 작품은 부산의 하천에서 수집한 몽돌 550개와 구리 선 500개로 구성됐다. 수천 년의 변성 주기에 의해 형성된 몽돌 덩어리를 자연 상태 그대로 가져와 바닥에 배열한 후, 그 사이사이를 일정한 길이의 구리 선으로 연결하는 형태다. 이 작업은 돌과 돌, 돌과 구리 선, 작품과 전시장, 전시장과 외부 사이의 관계를 잇는다. 바깥 풍경의 돌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내부의 돌들은 관계의 맥락과 구조 속에 만남을 이어가는 물질의 본질을 지각하게 한다.
 
2층에 설치한 평면 작업들은 물체 내부의 다중 구조 공간을 드러낸다. 언뜻 캔버스 틀이 강조된 듯한 구조의 오브제들은 물체를 사용한 회화적 구성의 모방으로 보이나, 실제 작가가 탐구하는 것은 물체의 두께, 길이, 높이, 폭과 같은 입체의 존재 방식에 대한 명시다. 자연 본연의 물체가 서로 의존하고, 존재하는 것과 같이 자연과 인공물의 만남은 무질서에 의존하는 구조와 구조에 의존하는 무질서로서의 총체를 대변한다.
 
Origin of Space, 2020, wood, acrylic, rope, stone, 205.0x124.5x20.8cm. /조현화랑
 
한편, 작가는 도쿄 타마미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자연과 사물을 이용한 일시적인 구성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를 도쿄의 야외 장소에 배치해 ‘필드워크’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이후 그는 이러한 활동을 실내 환경으로 옮겨 전례 없는 설치 작품을 선보여 인정을 받았다. 그는 파리 국립현대미술센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의 주요 전시에 참여했으며 그의 작품은 다양한 공공 기관과 사립 컬렉션에 포함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