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적 조형미로 재탄생한 ‘책거리’…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개막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11.28 17:31

12월 9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전통 책거리에서 나타나는 다시점이나 역원근법에 매료돼 민화에 빠졌던 저 자신을 상기하며 이를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로써 재료를 달리해 오늘날의 책거리를 그렸어요. 책더미를 자유분방하게 해체시켜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상해 미니멀한 것이 특징입니다.”
 
한국 전통 민화의 맥을 이어온 주요한 작가 중 하나였던 엄미금(64)이 책거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선보인다.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The Page)’가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개막했다. 해체된 책의 형상을 빌려 작가 고유의 인문적 감성을 캔버스에 자유로이 펼쳐 독창적인 추상 형태를 담은 신작 27점이 이날 최초 공개됐다.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날 전시장을 찾은 30대 여성 관람객은 “엄미금 작가의 이전 ‘어린왕자’ 작업부터 관심을 가져왔다”라며, “이번에 책거리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가만의 시선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새 연작인 만큼 다음 작업이 더욱 기다려진다”라고 감상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전통 민화 중에서도 책거리와 책가도에 관심을 지녀온 작가는 동서고금의 지혜를 담고 있어 지식의 곳간과도 같은 책의 특성에 매료돼 지난 30년간 책을 모티프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에 내보이는 신작은 오랜 기간 전통 민화 작업을 이어온 엄미금이 인문학적 원형의 책을 한지가 아닌, 캔버스 위에 색면 형태로 풀어낸 회화로, 민화 중 하나인 책거리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엄미금은 인문정신의 보고인 책의 본질을 캔버스로 옮김으로써, 과거 책가도에 담긴 선비 정신을 계승하고 오늘날 우리 문화미(文化美)를 발현하며, 동시에 기술의 혁신적인 진보 속에서 인간다움을 실현해 나감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인문추상’이라고 명명하고, 전시 서문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책을 단순화한 감성을 머금은 색면이 서가에 쌓이듯 하나둘 관계를 형성한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화면을 책으로 옮긴 듯, 캔버스 위로 과감하게 꽂힌 네모난 색면들은 ‘책을 통한 지적체험’을 시적 울림으로 전달한다”라고 설명했다.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작품 세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 것. ART CHOSUN과 TV CHOSUN이 공동 주최하고 아트조선스페이스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12월 9일까지 이어진다. 화~토 10:00~18:00. 무료. (02)736-7833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엄미금 개인전 ‘더 페이지’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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