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찰… ‘느리고 빠른 이식’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11.23 15:00

29일까지 문래예술공장 갤러리M30

‘느리고 빠른 이식’ 전시 전경. /이지언
‘느리고 빠른 이식’ 전시 전경. /이지언
 
우리가 지나온 수차례의 이식과 재조합, 거부와 승인을 앞으로 어떤 실험과 합의를 통해 나아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다가올 미래를 가늠하는 전시 ‘느리고 빠른 이식(A Deliberate and Rapid Transplant)’가 29일까지 문래예술공장 1층 갤러리M30에서 열린다.
 
김효재, 김대홍, 챗베이커스, 최성일, 구기정, 함성주 등 작가 6인이 참여해 미래라는 오지 않은 시제와 그에 다가서는 현재의 느리고 빠른 속도감을 견주어 보고자 한다. 이들 작가는 가늠의 도구로써 다층적 함의를 가진 ‘이식’에 주목, 이를 작품에 적용해 열린 형태의 이동과 조우, 이식, 이루거나 뻗어낼 수 있는 장면과 시도들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지언 큐레이터는 “통상적으로 이식은 흔히 체내화의 속성으로 이해된다. 이를테면 포스트휴먼 담론에서는 비생물적 요소의 존재 여부로 판가름 나기도 하며, 나아가 주체성이 구성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정립에서 한걸음 떨어져 이식을 바라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느리고 빠른 이식’ 전시 전경. /이지언
‘느리고 빠른 이식’ 전시 전경. /이지언
 
김효재의 신작 ‘버닝쉘(Burning Shell)’(2023)은 신체 방법론 ‘파쿠르’의 모빌리티와 랜딩 기술을 활용해 발이라는 신체 구조를 연구하고, 파쿠르 선수부터 발을 다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발을 수용할 수 있는 재활목적의 신발 ‘쉘(Shell)’을 제작했다. 본 전시를 통해 그동안의 촉각센싱을 활용한 파쿠르 신발에 대한 파일럿 스터디와 발을 딛는 감각을 모아 실시간으로 압력을 송출하는 감각 인지 실험을 공개한다. 이는 신체가 누르며 그려낸 동선과 이를 그려낼 스크린 너머의 세계 가상현실지도를 잇는 시침선으로 작동한다.
 
수집한 폐기물과 싸구려 모터로 만든 김대홍의 신작 ‘스페이스 댄서(Space Dancer)’(2023)는  비인간과 유기체 그 어느 지점을 체화한 로봇이다. 사소한 방해와 압력에도 형태를 바꿀 수 있고 연장된 수명의 몸으로 살아가는 다소 예측 가능한 근미래를 견디며 유연하게 지도를 그려나간다. 명백하고 고유한 태도로 공존하는 작업들은 서로가 가진 함의를 중첩시키며 협업한다.
 
챗베이커스의 ‘Dear Sophia’(2023)는 영상과 레시피북으로 구성된 작업으로, 인공지능 소피아에게 레시피를 얻어, 일련의 장기를 거치는 소화 과정과 먹는 행위에서 출발하는 인간 특유의 사회적 이벤트에 대한 대화로 이뤄진다. 레시피북은 후각과 미각이 없는 소피아가 감각이 예민한 두 제빵사 베이커스에게 페퍼로니 피자 등의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맛을 분석하기도 하지만, 몸이 있는 인간과의 대화를 위해 엉터리로 만들어 낸 메뉴, 가령 ‘연유 된장찌개’ 따위와 같은 거짓 메뉴를 꾸며내 말을 이어가기도 한다.
 
‘느리고 빠른 이식’ 전시 전경. /이지언
‘느리고 빠른 이식’ 전시 전경. /이지언
 
최성일은 인공지능이 제안한 가장 편하게 앉는 자세를 강제하는 모듈을 선보인다. ‘Ergovision#1’(2023)은 다소 위험하거나 인간의 신체 구조로 취할 수 없는 장면들을 제안하며 해당 제스처들이 무해하고 나아가 교정된 자세를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안을 수락한 작가의 모듈은 보통의 앉기가 불가능하고 일종의 무릎을 꿇는 듯한 형태를 요구한다. 
 
구기정의 ‘마주보며 걷기’(2023)는 퍼포머의 데이터에 볼륨을 입힌 영상이 기립 보조장치 위에 놓인 형태로, 이는 신체와 합치되지 못하는 기술의 한계적 이미지와 몸의 연장이자 바깥으로 나아가는 헬퍼로서의 기능을 만들어 낸다.
 
함성주의 회화 ‘파워글러브(Power Glove)’(2023)는 오래전 기대를 불러일으킨 초기 VR 게임 디바이스 이미지를 캔버스로 환원한 것으로, 닌텐도사에서 제작한 파워글러브를 그린 그의 작업은 이렇듯 게임, 인터넷으로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거쳐 과거 손의 감각과 돌출된 버튼을 누르는 촉감을 입체적으로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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