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만큼 더욱 아름답다… ‘보딜 만츠’의 종이처럼 얇은 도자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10.26 17:33

‘보딜 만츠’ 개인전, 11월 23일까지 신사동 갤러리 LVS

왼쪽부터 One after the other, Winter, Farewell Summer, Blue and Black, Black Line. /갤러리 LVS
 
도예가 보딜 만츠(Bodil Manz)의 개인전이 11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LVS에서 개최된다. 한국에서 2018년 이후 5년 만에 마련되는 개인전으로, 전사지로 기하학 패턴을 표현한 백자 실린더 등 작가의 대표작 30여 점이 내걸린다. 
 
작가가 서울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새로운 시리즈 'Seoul'. /갤러리 LVS
 
만츠는 세계적인 도예가로서, 재료와 기법에 대한 깊은 연구와 작가의 창의적인 시도, 자연과 역사로부터 받은 영감이 합쳐진 새롭고 현대적인 도자 형태는 많은 조형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1960년부터 60년 넘는 기간 도자 연구와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흡사 달걀 껍데기처럼 얇은 실린더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구사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회화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조형 예술로서의 도자의 개념을 확립한 작가는 1980년대에는 웅장한 규모의 다각형 캐스팅 도자를 했다면, 1990년대에는 전사지를 디자인에 많이 활용해 장식미가 돋보이는 실린더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기하학 도형과 경쾌하고 다양한 색깔의 그림을 실린더에 녹여 마치 종이와 유리를 연상시키는 투명하고 얇은 두께가 특징적이다. 특히 실린더의 안과 밖은 모두 패턴을 가지고 있고 양쪽의 패턴에 빛이 투과하며 서로 이어진 그림처럼 보여 회화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Seoul no3(2023). /갤러리 LVS
Farewell Summer(2023). /갤러리 LVS
 
실린더 안팎의 상호작용이 선사하는 회화적 감상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표면에 점과 선, 기하학무늬의 도형, 알록달록한 색감이 들어간 장식 등의 다양한 패턴을 구현한다. 만츠의 실린더가 빚어내는 경쾌하고 자유로운 감성은 재료와 기법, 물성과 디자인에 관한 작가 고유의 철저한 연구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본적인 실린더의 형태에 구체, 정사각형, 도형 등 다양한 무늬를 더해 조형성을 얻은 작품은 만츠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오브제로 꼽히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서울을 여행하며 빌딩 가득한 도시와 그 사이를 채워주는 강과 숲 등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Seoul’ 시리즈가 공개된다.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는 서울 도심의 느낌을 대표작인 점과 선, 도형으로 이뤄진 실린더로 표현한 연작이다. 아울러, 선선해지며 색이 깊어지는 ‘Farewell Summer’, 가을 낙엽과 초원을 연상시키는 ‘Autumn’, 소박한 눈이 쌓인 풍경이 연상되는 ‘Winter’ 등의 계절 시리즈도 함께 소개한다.
 
한편, 만츠의 작품은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과 뉴욕 현대 미술관, 런던 V&A, LA 카운티 미술관, 일본 기쿠 현대도예박물관, 프랑스 세브르 미술관 등 전 세계의 명성 있는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Arabian Form Blue and Black(2022). /갤러리 L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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