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도 주목한 신미경, 美 필라델피아 미술관서 신작 선봬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10.23 17:48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展
커미션 작업 ‘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 문명에 대한 가치론적 재고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전(展)에 걸린 신미경의 신작 ‘Eastern Deities Descended(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의 설치 전경. /작가 제공
 
신미경 작가의 커미션 작품 ‘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Eastern Deities Descended)’(2023)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에 내걸렸다.
 
이번 작품은 지난 21일 개막한 전시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의 출품작 중 하나로, 비누로 만든 세 개의 조각상으로 구성된 장소 특정적 작품으로서 문화와 시간, 공간을 통한 형태와 도상의 이동, 재부호화에 관한 탐구 등을 담고 있다. ‘뉴욕 타임스’도 이번 전시에 대해 다루며 그중에서도 비누로 제작된 신미경의 독특한 작업에 주목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의 기사 ‘American Museums Keep the Spotlight on Korean Art’에 언급된 신미경 작가. /기사 캡처
 
작가는 비누를 소재로 서양의 조각상이나 회화, 동양의 불상과 도자기 등 특정 문화를 표상하는 유물과 예술품을 재현하고 ‘번역’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그는 단순히 모사하는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대상의 표피적 속성만을 취해 새로운 작품으로 작동시키는데, 이를 비누 특유의 유약하고 연약한 물성을 통해 더욱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대상이 지닌 원본성에 대한 가치론적 질문을 던진다. 즉, 신미경에게 ‘번역’이란 비단 언어적인 것뿐만이 아닌, 국가적,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표현을 뜻하는 것으로, 번역과 이해해 관한 가능성과 동시에 의미의 손실에 대한 물음과도 같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전(展)에 걸린 신미경의 신작 ‘Eastern Deities Descended(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의 설치 전경. /작가 제공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전(展)에 걸린 신미경의 신작 ‘Eastern Deities Descended(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의 설치 전경. /작가 제공
 
작가는 이번 신작이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박공벽을 위해 조각가 존 그레고리(John Gregory)가 만든 'Eastern Civilization'의 모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레고리의 미완의 조각상을 자기 고유의 시각적인 언어로 번역하고 재해석해, 문화간 교류를 통한 형태와 장식적 모티프, 도상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전통적인 조각이 그 자체로 미학적·문화적 가치가 충만한 공공장소에 전시되면서 만들어 내는 정체성과 같은 개념을 전복시킨다. 비누로 빚어진 이러한 작가 특유의 ‘번역’은 날씨나 대중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점차 녹아내리는데, 이로써 작품에 부여된 존엄성에 맞서며 작품의 진정한 본성은 지극히 평범하며 무상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이번 작품은 신미경의 이전 공공 미술품과 같은 맥락에서 마련됐다. 이를테면, 1868년 런던 카벤디쉬 광장에서 철거된 컴벌랜드 공작(Duke of Cumberland)의 동상을 재창조한 작가의 비누 조각 ‘비누로 쓰다: 좌대 프로젝트(Written in Soap: Plinth Project )’(2012)와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한다.
 
‘Eastern Deities Descended(동양의 신들이 강림하다)’를 제작 중인 신미경 작가의 모습. Courtesy of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oto by Elizabeth Leitzell
 
이번 전시는 1989년 이후의 한국 현대 미술을 조명하는 자리로, 신미경을 비롯한 서도호, 함경아, 정연두 등 한국 미술가 28명의 작품으로 꾸려진다. 1989년을 전후로 한국이 정치·사회적인 큰 변혁의 시기를 관통하며 해외여행 자유화 등 한국 작가들에게도 문화 교류와 같은 국제적인 기회가 주어지는 전환점을 맞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기획된 전시로, 내년 2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작가는 지난 6월 제2회 하인두예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내년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수상 기념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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