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8 12:21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폐막… 45일간 대장정 마쳐
30만명 관람객수 기록하며 대흥행
동시대 공예품 3000여 점 선봬



청주공예비엔날레 ‘사물의 지도 – 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가 45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15일 폐막했다. 전시 기간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수를 기록하며 동시대 공예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57개국, 300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만났다. 특히 본전시 출품작의 80%가 신작이라는 점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세계 공예계에 가지는 의미와 위상을 알 수 있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수공예와 산업의 경계, 인간과 사물의 관계,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대 속에도 굳건한 장인 정신의 가치,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대한 공예가들의 성찰과 생명사랑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공예의 실천 등 시대의 다양한 화두를 공예라는 바늘로 명징하게 관통한 강재영 예술감독의 큐레이션은 비엔날레 내내 평단에 회자됐다. 명확한 시대정신과 주제의식 아래 구현할 철학과 재료, 작업 방식을 가진 좋은 작품을 엄선하고 수준 높은 전시 기법으로 심도 있게 시각화하는 동시에 관람객과는 편안하게 소통하는 전시로 꼽혔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성과는 청주가 국내를 넘어 진정한 세계 공예도시로 발돋움하는 도약대가 됐다는 점이다. 일찌감치 세계공예협회(WCC)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공인하는 공예도시로 선정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청주시는 이번 비엔날레가 국제공예계의 긍정적인 기류를 확산하고 지지와 당위성을 견고히 하는 포석이 될 거라 자부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 탄생의 배경이 된 공예 장인들에 대한 헌사와 경외가 담긴 본전시의 특별 섹션 ‘직지-기록문화와 공예, 자연과 협업한 문명의 연금술사들’을 통해 청주와 공예의 뿌리 깊은 상관관계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내놓은 비엔날레는 7개국 13 작가‧팀이 참여한 국제 워크숍, 공예‧문화계 석학들이 집결한 공예 정상회담 등 학술 프로그램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인류가 공예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고 우리의 내일을 위해 공예가 나아갈 길은 무엇이며 그 속에서 청주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논쟁하는 담론의 중심에 섰다.


전시 규모와 수준도 역대급이었지만, 시간과 마음을 내 청주와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에게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던 프로그램 운영도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비엔날레를 완성하는 힘이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어린이 비엔날레를 비롯해 국제 워크숍, 크라프트 서밋, 본전시 연계 워크숍, 초대국가 주빈국인 스페인 문화주간을 비롯해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아우르는 대형 콘서트와 전시‧공연‧체험‧마켓‧토크쇼가 동시다발로 이뤄진 어마어마 페스티벌 등 이번 비엔날레가 열리는 45일간 진행한 프로그램만 300여 개에 달한다.
그만큼 관람객은 전시 공간 안에서도, 또 밖에서도 다채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세계의 공예작가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작업 세계와 소통하며 이색적인 스페인의 문화를 엿보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넘나들 수 있었다. 비엔날레와 함께한 관람객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고 값진 추억으로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45일간 꾸준한 흥행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애초 목표했던 대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비엔날레’로서, 로컬 공예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다음을 만드는 공예를 보여준 K-컬처이벤트로 기록되게 됐다. 2025년 열릴 다음 비엔날레가 기대되는 이유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