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17 15:08
11월 19일까지 부산 일광해수욕장 백사장 등 3곳서 펼쳐져

바다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원천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바다는 현대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의존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운, 크루즈 관광, 풍력 발전, 채굴, 남획, 핵실험, 산업 폐기물 투기, 플라스틱 오염 등 인간의 활동과 간섭 그리고 산성화와 수온 상승도 바다의 건강과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자 생존에 필수적인 바다와의 관계를 긴급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문화 예술을 통해 바다와 해양 생물, 환경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상상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2023 바다미술제'가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를 주제로 11월 19일까지 부산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을 비롯해 일광천, 강송정 공원 등 외부공간과 (구)일광교회, 신당 옆 창고와 해수욕장 중앙에 위치한 주택의 2023바다미술제 실험실 등 세 개의 실내 공간에서 펼쳐진다.
20개국 31팀(43명)이 참가한 이번 전시는 그리스 출신의 기획자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Irini Papadimitriou)가 전시감독을 맡아, 해양 개발과 심해 채굴, 환경 오염과 지속가능성, 해양 생물과 생물 다양성 등을 담은 작품 42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우리 모두가 바다를 창의성과 협력의 공간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예술적 접근과 방법론, 개입을 통해 공동의 비전을 가능하게 하며 해양 생태계와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덴마크 출신 3인조 콜렉티브 슈퍼플렉스의 '모든 것은 물이다'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이 아니라 비인간 의식의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한다. 과학자 아냐 웨그너(Anja Wegner)가 가시 어류의 작은 종 ‘크로미스 크로미스’의 사회적 행동에 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실험을 담아낸 새 영상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아울러, 해수욕장 끝자락 데크 산책로에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리 바유아지(Ari Bayuaji)의 작품을 찾을 수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섬유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부산의 해안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용해 수천 가닥의 플라스틱 천을 엮어 해양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의 경과를 보여준다.
파키스탄 출신의 시마 누스라트(Seema Nusrat)의 작품 '떠 있는 조각(Floating Fragments)'은 한국의 전통 지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기장군을 가로지르는 일광천과 동해 바다가 만나는 강송교 앞에 자리한 이 작품은 강물에 반쯤 잠긴 기와지붕을 보여준다. 누스라트는 불안한 전경을 연출한 작품을 통해 해수면상승과 같은 기후변화와 문화유산 보존, 도시 개발 간의 부조화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광천 옆에 자리한 강송정 공원에는 윤필남의 '심해의 명상'이 전시된다. 아직 회복될 수 있는 무한한 삶의 터전으로 바다와 해양 생태계, 사람과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실내 전시장 신당 옆 창고에서는 율리아 로만 & 김가영(Julia Lohmann & Kayoung Kim)의 '해조류 스튜디오'가 기장 다시마와 라탄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오브제와 살아있는 해조류를 기장 다시마와 연결된 지도와 함께 지역 사회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2023 바다미술제 실험실'은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열린 공간으로 매니페스토를 포함한 많은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다. 전시도 함께 진행되는데 그중 하나는 아틀리에 엔엘(Atelier NL)의 '모래알 속에서 세상을 보다 : 한국의 숨겨진 이야기'로, 인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재료이지만 동시에 끝없는 수요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모래를 모티브로 활용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이들이 보내준 작은 모래 표본을 통해 지구의 지도를 그려낸다. 무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