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지지 않는 꽃, 알렉스 카츠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10.06 15:13

개인전 ‘알렉스 카츠’
꽃이 지닌 우아함의 본질 담긴 회화 선봬
21일까지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Red Lily 2, 2022, Oil on linen, 121.9cm x 91.4 cm © Alex Katz. /글래드스톤
 
정수(精髓)는 단순함에 있다. 알렉스 카츠(Alex Katz·96)의 회화가 그러하듯이. 카츠는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특유의 조형 언어로 일상과 동시대를 탁월하게 포착해 캔버스에 펼쳐낸다. 작가의 개인전 ‘알렉스 카츠’가 21일까지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Gladstone)에서 열리고 있다. 짙은 검은색 바탕 위에 호화롭게 핀 백합, 수선화, 카네이션, 히야신스 등 다채로운 꽃 그림을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는 꽃을 주제로 한 회화를 1950년대부터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는 검은 바탕과 화려한 꽃의 색감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카츠 고유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2022년작들로 꾸려진다. 꽃 그림을 비롯한 예술 세계 전반에 관한 질문을 카츠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96세의 노장은 자신의 회화만큼이나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작가와 주고받은 문답이다.
 
알렉스 카츠, Maine, 2021. © Isaac Katz. © Alex Katz /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Y.
 
─오늘 어떤 그림을 그렸나.
 
오늘은 그냥 잤다. 
 
─화려하고 강렬한 컬러의 꽃들이 칠흑과도 같은 검은 배경과 어우러진 대조가 인상적이다. 이러한 대비가 기인한 배경이 있나.
 
시각적인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알렉스 카츠 개인전 ‘알렉스 카츠’ 전경. /글래드스톤
알렉스 카츠 개인전 ‘알렉스 카츠’ 전경. /글래드스톤
 
─클로즈업한 장면을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그림으로써 본질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보는 이에게 어떠한 메시지나 감정을 전하고 싶나.
 
궁극적으로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잡지, 영화, TV 등 문화적인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으나,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그것들을 잊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
 
딱히 없다.
 
─당신의 초상화, 특히 아내 에이다(Ada)의 초상화는 단순한 모습을 넘어 인물의 본질을 포착한다. 감정과 친밀감을 캔버스에 어떻게 담고자 하나.
 
대부분의 20세기 후반 그림이 지적인 것에 치우쳐 있다면, 그에 반해 내 그림은 내면적인 성격이 강하다. 별다른 방법은 아니고 그저 마음을 열어 그리고자 할 뿐이다.
 
─꽃 그림과 인물 초상 사이에 연결되거나 대비되는 지점이 있다면.
 
둘 사이의 어떠한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다만, 꽃 그림이 인물화에 비해 좀 더 일반화된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Orange Lily, 2022, Oil on linen, 152.4 x 182.9 cm © Alex Katz. /글래드스톤
알렉스 카츠 개인전 ‘알렉스 카츠’ 전경. /글래드스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카츠 스타일’이라고 일컫는 특유한 미학이 존재하지만,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미묘하게 변화한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동시에 그럼에도 여전히 수십 년간 고수해 오고 있는 ‘카츠 스타일’이 지금껏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내가 가끔은 무모하고 경솔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늘 새로운 것들을 보고 싶다. 내 성격이 그렇다. 
─갤러리나 평론가 혹은 대중의 취향 등에 의해 스타일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 적은 없는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주변에서 나를 압박하면 나는 오히려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나의 길을 견지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Hyacinth 2, 2022, Oil on linen, 91.4 x 121.9 cm © Alex Katz. /글래드스톤
알렉스 카츠 개인전 ‘알렉스 카츠’ 전경. /글래드스톤
 
─작업에 임하기 전의 특별한 습관이나 준비 과정이 있나.
 
팔굽혀펴기 300회와 윗몸일으키기 200회를 한다. 
 
─작업 외에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다면.
 
없다.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다면 주로 잠을 잔다. 자거나 그림 그리거나 그게 전부다. 
 
─좋은 그림이란.
 
좋은 그림은 그 그림이 주는 에너지에 따라 정의된다.
 
─내일은 어떤 그림을 그릴 계획인가.
 
푸른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10피트(3미터) 높이의 풍경화를 그릴 거다.
 
알렉스 카츠 개인전 ‘알렉스 카츠’ 전경. /글래드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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