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차이는 조명으로부터… ‘무드’가 달랐던 프리즈와 키아프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9.15 19:27

2023 프리즈 서울 전경. /Frieze
2023 프리즈 서울 전경. /Frieze
2023 프리즈 서울 전경. /Frieze
 
두 번째 ‘키아프리즈’ 폭풍이 지나갔다. 올해의 프리즈(Frieze) 서울은 지난해와 비교해 눈이 희번덕이는 이벤트성 작품보다는 집에 실제로 들일 수 있을 법한 작품들로 꾸려졌으며, 흥분되고 들뜬 분위기가 한소끔 꺼지고 다소 차분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꿔 말하면, 출품작의 퀄리티가 다소 하향 조정된 듯도 보였으나, 한국 미술 시장이 작년과 같은 호황기가 아니라는 점도 참가 갤러리들의 출품작 셀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데도 프리즈 서울에 대한 관람객의 만족도나 호응도는 지난해에 이어 키아프(Kiaf)의 그것을 훨씬 상회했다. 그 배경에는 높은 수준의 작품들과 전시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보여주는 ‘방법’에 있었는데, 프리즈와 키아프의 한 끗 차이는 다름 아닌 조명이었다.
 
작품이 값비싸다고만 장땡이 아니다. 값비싼 근거와 그 작품이 지닌 가치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은 미술품 판매에 있어서 필연적이다. 즉, 보는 이로 하여금 갖고 싶고 사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프리즈는 이러한 분위기를 조명으로 몰아갔다. 고급스러운 느낌과 따뜻한 색감의 무드 있는 조명부터 작품의 디테일을 또렷하고 집중 있게 보여주는 스포트라이트까지 각기 다른 조명들을 적재적소에 강약을 조절하며 사용함으로써, 결점은 감추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효과를 이뤘다. 이는 부스마다 깔린 카펫과 함께 전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급화하고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2023 키아프 전경. /Kiaf
2023 키아프 전경. /Kiaf
2023 키아프 전경. /Kiaf
 
그렇다면 키아프는 어땠을까.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형광등과 같은 차가운 조명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전시장을 전체적으로 너무 과도하게 밝게 비추는 탓에 작품별로 달린 핀조명도 제빛을 발하지 못했을 정도다. 강약 조절 없이 들입다 내리비치는 차가운 톤의 조명이 작품에 대한 몰입감을 방해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조명 때문에 덩달아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낸 노후화된 바닥은 벽에 걸린 작품의 가치마저도 떨어뜨리게 보이도록 했다. 대부분의 관객이 프리즈를 우선 관람 후 1층으로 내려와 키아프를 오면서 두 아트페어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다가왔다.
 
2023 프리즈 서울 전경. /Frieze
2023 프리즈 서울 전경. /Frieze
 
미술품 구매에서도 ‘무드’가 중요하다. 작품가 규모나 출품작의 수준을 떠나, 결국 프리즈와 키아프 두 아트페어의 수준 차이는 조명에 있었다. 두 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는 만큼 키아프가 프리즈와 비교되는 것은 앞으로도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다. 각 페어가 들고나오는 작품들의 간극을 단기간에 메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적어도 키아프가 프리즈와의 무드 간극에 있어서는 이를 좁힐 수 있도록 투자하길 기대한다. 조명이야말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실마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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