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리즈·키아프에서 주목해야 할 부스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9.07 18:52

두 번째 에디션의 프리즈(Frieze) 서울과 키아프(Kiaf)가 개막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120여 개의 갤러리가, 키아프에는 200개가 훌쩍 넘는 갤러리가 참가한다. 300개가 넘는 부스와 큐레이션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갤러리와 작가를 꼽아봤다.
 
갤러리 베이컨시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갤러리 베이컨시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갤러리바톤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갤러리바톤 전시 전경. /갤러리바톤
 
◆프리즈 서울
 
─갤러리 베이컨시(Gallery Vacancy)·B23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깜찍한 검은 고양이 여럿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중국 상하이 기반의 갤러리 베이컨시(Gallery Vacancy)는 벨기에 작가 피터 얘네스(Pieter Jennes)의 통통 튀는 회화와 조각 작업을 선보인다. 얘네스의 회화는 마치 서커스를 연상하듯 화려한 컬러와 패턴으로 이뤄진다. 그 와중에 자세히 봐야 발견할 수 있는 화면 곳곳의 모기와 개구리가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이는 얘네스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치로 일종의 목격자로 기능한다. 동시에 부스의 실재 공간에 자리를 잡은 검은 고양이 조각이 카메오처럼 역할을 하며 벽에 걸린 회화와 실재 전시장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갤러리바톤·C1
 
D홀에 들어서는 순간, 입구 앞의 새파란 부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갤러리바톤은 ‘상대적으로 푸른 파장’이라는 흥미로운 주제 아래, 부스 전체를 푸른색으로 꾸미고 관객을 유혹한다. 블루 빛깔의 다채로운 작품이 내걸려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듯하다. 김보희, 송번수, 배윤환, 김덕희, 리암 길릭(Liam Gillick), 미야지마 타츠오(Tatsuo Miyajima),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등의 신작과 근작을 선보인다.
 
메누어 전시 전경. /메누어
메누어 전시 전경. /메누어
메누어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메누어(Mennour)·A16
 
프랑스의 유명 화상(畫商) 카멜 메누어(Kamel Mennour)가 운영하는 메누어(Mennour)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프리즈 서울에 참가했다. 알리시아 크바데(Alicja Kwade),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이우환 등 갤러리 대표 작가들의 회화, 조각 등 다채로운 매체의 미술품으로 부스를 구성했다. 폭 3미터가 넘는 론디노네의 대형 페인팅 ‘einundzwanzigsteraprilzweitausenddreiundzwanzig’(2023)을 놓치지 말 것.
 
─캡슐 상하이(Capsule Shanghai)·F2
 
중국 상하이 갤러리 캡슐 상하이(Capsule Shanghai)가 프리즈 서울에 첫 참가한다.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 부스를 꾸린 캡슐 상하이는 독일 작가 메블레나 립(Mevlana Lipp)의 독창적인 판화 조각 작업을 소개한다. 회화와 조각이 결합된 형태로, 우주 저 너머의 신비로운 꽃과 정원을 묘사한 듯하다. 보랏빛과 푸른빛은 그의 작품에 더욱 묘한 분위기를 배가한다. 화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감상하길 권한다. 
 
캡슐 상하이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캡슐 상하이 전시 전경. /캡슐 상하이
실버렌즈 전시 전경. /실버렌즈
실버렌즈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실버렌즈(Silverlense)·A24
 
필리핀 마닐라와 미국 뉴욕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실버렌즈(Silverlense)는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 제임스 클라(James Clar), 차티 코로넬(Chati Coronel), 미트 자이 인(Mit Jai Inn) 등 동남아시아 작가 4인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아바드의 ‘Tropical Heliconia’(1992)가 눈에 띄는데, 붉은색과 녹색의 대비를 통해 화면 속 식물 헬리코니아의 생명력이 더욱 강렬하게 침윤하는 듯하다. 작가는 헬리코니아가 상징하는 열정, 풍성한 수확 등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했다.
 
─PKM·A14
 
윤형근, 유영국, 서승원을 비롯해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토비 지글러(Toby Ziegler)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부스는 바로 PKM이다. 올해 부스에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와 국제 미술의 흐름을 이끄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고루 소개한다. 윤형근 특유의 엷은 번짐이 돋보이는 ‘Burnt Umber & Ultramarine’(1991)과 ‘Burnt Umber’(1992), 그리고 서승원의 대표 연작 ‘동시성’의 보다 절제되고 이지적인 형상을 엿볼 수 있는 1980년작 ‘Simultaneity 80-112’를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PKM 전시 전경. /PKM
PKM 전시 전경. /PKM
제1회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우한나의 ‘The Great Ballroom’(2023) 설치 전경. /Frieze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작
 
제1회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Frieze Artist Award) 수상자인 우한나 작가의 패브릭 설치 작업 ‘The Great Ballroom’(2023)이 C홀 천장에 내걸렸다. 작가의 대표작 ‘Milk and Honey’ 연작에서 발전한 작품으로, 여성의 가슴을 모티프로 해 천의 부드럽고 유연한 물성이 도드라지는 패브릭 조각 설치다. 흡사 무도회장에 드리워진 커튼처럼 우아하면서도 동시에 날개를 펼친 박쥐와도 같이 발칙하며 자유롭게 공중에서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투스데이 투 프라이데이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투스데이 투 프라이데이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키아프/키아프 플러스
 
─투스데이 투 프라이데이(Tuesday to Friday)·G7
 
스페인 발렌시아 갤러리 투스데이 투 프라이데이(Tuesday to Friday)가 키아프 플러스에 참가해 아일랜드 작가 필립 제럴드(Philip Gerald)의 신작으로만 꾸민 솔로 부스를 선보인다. 제럴드는 투스데이 투 프라이데이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갤러리 대표 작가로, 흡사 ‘그림판’에서 그린 것처럼 표현하는 특유의 회화가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되며 두터운 팬층을 구축해 가고 있는 이머징 아티스트다.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의 미학을 아날로그 기법으로 재창조하는 제럴드의 페인팅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더페이지갤러리·B57
 
대형 스케일의 눈 부신 네온사인 설치 작업과 화려한 유리 조각 피스가 부스 전면부에 설치된 더페이지갤러리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하우스 오브 디올(House of Dior)’의 ‘자도르(J’adore)’ 텍스트 조각으로 잘 알려진 롭 윈(Rob Wynne)의 유리 조각과 최근 런던 테이트 모던 정원에 작품이 설치돼 화제가 된 네이단 콜리(Nathan Coley)의 텍스트 조명 작품이다. 아울러, 7일 알민 레쉬 파리 마티뇽 지점에서 개인전이 개막한 최명영 화백의 캔버스 작업과 종이 작업도 내걸렸다.
 
더페이지갤러리 전시 전경. /더페이지갤러리
더페이지갤러리 전시 전경. /더페이지갤러리
칼 코스티알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칼 코스티알 전시 전경. /칼 코스티알
 
─칼 코스티알(Carl Kostyál)·A49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참가한 런던 기반의 갤러리 칼 코스티알(Carl Kostyál)·은 황지민, 김지우 등 한국 작가를 포함해 데보라 브라운(Deborah Brown), 제레미 로슨(Jeremy Lawson) 등 미국과 유럽 출신의 작가들을 대거 소개한다. 각기 다른 화풍을 지닌 이들이지만, 기쁨, 노스탤지어, 우울감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소재로 해 페인팅을 한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조현화랑·A78
 
조현화랑은 부스 전면에 이배의 ‘Issu du feu 19f’(2003)와 강강훈의 ‘Cotton’(2023)을 함께 나란히 걸어놓고 관객을 맞이한다. 각각의 작품이 동일한 사이즈의 캔버스로 구현되고, 특히 거장의 작품과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을 병치함으로써 빚어내는 묘한 하모니와 대조를 보여준다. 극사실주의 회화 작업을 이어온 강강훈은 사진으로 착각하게 하는 인물화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딸을 즐겨 그리는 작가에게 목화는 그의 또 다른 주요한 소재다. 딸을 통해 자기를 투영하는 것인데, 목화 또한 그 궤를 같이한다. 말라비틀어진 목화 가지와 꽃받침이 부모라면, 뽀송하고 탐스럽게 핀 솜은 자식에 비유된다. 
 
조현화랑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서정아트 전시 전경. /윤다함 기자
 
─서정아트·A108
 
서정아트는 이춘환, 홍순명, 피정원, 신봉철, 루수단 히자니쉬빌리(Rusudan Khizanishvili), 안나 멤브리노(Anna Membrino)를 조명한다. 이 중에서도 조지아 출신의 작가 히자니쉬빌리의 회화가 눈에 띈다. 신화적 요소를 도입해 내러티브적 회화 작업을 이어온 그의 화면 속에는 인간과 동물, 혹은 괴물이나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등장한다. 작가는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서 상호작용하는지 주목하며 다양한 요소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부스에 내걸린 ‘Pheasant Farm’(2023)에는 나신의 여성을 꿩들이 마치 호위무사처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키아프 특별전 ‘박생광과 박래현: 그대로의 색깔 고향’
 
페어장 바깥에 늘 특별전을 운영해 온 키아프가 올해에는 전통 한국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박생광과 박래현의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한국화 고유의 매력을 해외 미술 관계자와 아트 컬렉터에게 선보이기 위해 특별 기획된 자리인 만큼 박생광과 박래현의 대표작만을 모아 전시를 꾸렸다. 이번 전시의 총괄 기획을 맡은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채색화의 영광을 재현해 보고자 마련한 전시로, 채색 중심 우리 전통 회화의 영광을 재음미하기 위한 염원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코엑스 동문 게이트 로비 섹터 B·C에 위치해 있다.
 
키아프 특별전 ‘박생광과 박래현: 그대로의 색깔 고향’ 전경. /윤다함 기자
키아프 특별전 ‘박생광과 박래현: 그대로의 색깔 고향’ 전경. /윤다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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