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더 빵빵하다 ‘아트 위크 2023’…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15선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9.04 17:46

 
다시 한번, 서울 전역이 미술로 술렁이는 ‘키아프·프리즈 아트 위크’가 다가왔다. 낮밤으로 전시와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꼭 봐야 할 전시 15개를 엄선해 ▲한남/용산 ▲청담/강남 ▲삼청/종로 세 권역으로 나눠 소개한다.
 
‘We Love Korea’ 전시 전경. /화이트스톤 갤러리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외관 전경. /화이트스톤 갤러리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전시 전경. /화이트스톤 갤러리
 
◆한남/용산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We Love Korea’
 
일본의 메이저 화랑인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가 한국에 지점을 개관했다. 이를 기념해 ‘We Love Korea’라는 타이틀의 개관전을 열고 갤러리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한국 관객들을 맞이한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메인 전시홀에서는 일본 작가 코마츠 미와의 첫 한국 전시로 작가만의 영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작가는 동양 전통의 동물과 신화의 이미지를 소재로 삼아 강렬하고 율동적인 질감의 회화로 잘 알려져 있다. 대형 스케일의 작업부터 세라믹 작업까지 두루 내건다. 2층 제2전시실에서는 일본 전후 포스트모던과 아방가르드 예술과 더불어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요시토모 나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의 세 번째 섹션에서는 갤러리 소속의 젊은 이머징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저명한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의 다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갤러리의 서울 지점에서 세 개의 주요 전시실과 옥상 등 갤러리 전체를 활용한 이 전시는 10월 15일까지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Ceramic Works’
 
깜찍한 캐릭터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 요시토모 나라의 개인전 ‘Ceramic Works’가 5일부터 10월 21일까지 페이스갤러리(Pace Gallery)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작가의 세라믹 작업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자리로, 140점의 도자기 작업과 30점의 드로잉으로 꾸려진다.  이외에도 나라의 공간, 사유, 감정, 창작열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설치 환경이 전시장 내부에 조성되며, 이곳에는 작가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작업이나 사물 일부가 그의 작품과 함께 공개된다. 나라의 드로잉과 회화 작업에 비해 덜 알려진 도자기를 조명하고 그의 예술 세계에서의 도자 작업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나라 특유의 표현적, 물질적 특성은 물론, 독특한 모양과 질감, 그리고 그 표면 위에 작가가 그린 얼굴과 메시지는 각 작품에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의미를 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Yoshitomo Nara Studio view in Shigaraki, 2023. /페이스갤러리
‘Mondi Possibili’ 전시 전경. /스푸르스 마거스
‘Mondi Possibili’ 전시 전경. /스푸르스 마거스
 
─스푸르스 마거스 ‘Mondi Possibili’
 
베를린,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 지점을 두고 있는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는 키아프·프리즈 아트 위크를 맞아 갤러리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는 팝업 그룹전 ‘가능한 세계들(Mondi Possibili)’을 14일까지 용산구 이태원로 252에서 개최한다. 예술과 디자인 사이의 상호 작용을 엿볼 수 있는 전시로, 제니 홀저, 바바라 크루거, 안드레아 지텔 등의 작품을 내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갤러리가 1989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기획전이다. ‘가능한 세계들’이라는 테마로 연결된 모든 작품은 인용, 축하, 응용, 혹은 적절하게 가져가기 등의 방식을 통해 익숙한 물건을 새롭게 돌아보고, 놀라우면서도 유쾌하며 불안정한 접근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다양한 ‘가능한 세계들’을 열어 놓고자 한다. 
 
─VSF ‘파츠: 다시 보기’
 
니키리 개인전 ‘파츠: 다시 보기(Parts: Revisited)’가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VSF(Various Small Fires)에서 열린다.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 ‘파츠’를 소개하는 전시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에서 촬영하며 다면적 자아에 관한 탐구가 담긴 사진 작업이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듯한 스냅 사진에 등장하는 니키리는 때때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화면 밖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의 옆에는 남성으로 추정되는 파트너가 있는데, 니키리는 이들을 사진에서 잘라내는 독특한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파츠: 다시 보기’ 전시 전경. /VSF
‘파츠: 다시 보기’ 전시 전경. /VSF
‘나만의 유산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전시 전경. /김덕한 작가
‘나만의 유산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전시 전경. /김덕한 작가
 
─그래픽 ‘나만의 유산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아트북 전문 서점 그래픽에서 아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김덕한 개인전 ‘나만의 유산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 10일까지 열린다. 김덕한은 시간의 중첩과 반복적 행위라는 한국의 단색화 철학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쌓아 올린 것을 다시 벗겨내는 고유의 작업 방식을 통해 완성한 옻칠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옻칠의 특성상 수십 번 갈아내야 비로소 깊은 내면의 색이 드러나는데, 그의 정적인 화면 안에는 강렬한 에너지가 응집돼 있는 듯하다.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가 아닌, 자연광이 깃드는 근사한 문화 공간에 내걸린 김덕한의 신작 60여 점을 감상하는 이색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알렉스 카츠, Carnations 2, 2022, Oil on linen, 243.8x182.9cm. /글래드스톤 갤러리
루이스 지오바넬리, Soothsay, 2023 Oil on paper, 57x38.8cm. /화이트 큐브
 
◆청담/강남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알렉스 카츠’
 
현대 미술의 거장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알렉스 카츠(Alex Katz)’가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9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의 꽃 그림을 모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검정색 바탕의 캔버스 위에 구현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백합, 수선화, 카네이션, 히야신스, 프리지아 등 다양한 형상의 꽃 그림을 볼 수 있다. 카츠는 꽃이 지니는 생생하고 아름다운 색채, 형태, 질감 등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자연이 주는 우아함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1950년대부터 꾸준히 꽃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2022년 제작된 이번 출품작들은 60년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온 대가의 숙련된 화법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특히 대범한 색 대비로 극적이면서도 미니멀한 감각을 부여해 카츠 특유의 서정적인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화이트 큐브 서울 ‘영혼의 형상’
 
화이트 큐브(White Cube)가 홍콩에 이어 아시아의 두 번째 공간으로 서울 강남구에 ‘화이트 큐브 서울’을 개관했다. 이에 5일부터 12월 21일까지 개관전 ‘영혼의 형상(The Embodied Spirit)’을 연다. 철학, 형이상학, 인간 행동의 동기에 관한 탐구를 공통으로 하는 작가들을 한데 모아 소개한다. 루이스 지오바넬리, 크리스틴 아이 추와 트레이시 에민, 조각가 버린드 드 브렉커, 카타리나 프리치, 마르게리트 위모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함께하며, 한국 작가로는 이진주의 작품이 내걸린다. 갤러리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1층에 자리 잡았다.
 
아우라 로젠버그, White Shirt on Black Velvet, 1981, Acrylic on velvet. /에프레미디스
‘Physical Spiritual Gesture’ 전시 전경. /지갤러리
‘Physical Spiritual Gesture’ 전시 전경. /지갤러리
 
─에프레미디스 ‘Behind the Curtain’·‘Statues Also Fall in Love’
 
지난 5월 서울 삼성동에 서울 지점을 개관한 독일 베를린 기반의 갤러리 에프레미디스(Efremidis)는 아우라 로젠버그의 한국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로젠버그는 이미지의 힘과 역사, 정체성, 가족, 젠더 등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이미지의 관계와 개념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개인적 경험을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일상의 보편적 이미지를 재생산함으로써 인간 스스로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다층적인 작업에 몰두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제작된 벨벳 시리즈 페인팅과 ‘Scene/Obsence’(2013) 시리즈 총 12점으로 구성된 ‘Behind the Curtain’을 전시 1부에, 아울러 최초 공개되는 렌티큘라 시리즈 14점으로 구성된 ‘Statues Also Fall in Love’를 전시 2부에 내건다. 1부와 2부는 각각 30일까지, 10월 6일부터 10월 21일까지 진행된다.
 
─지갤러리 ‘Physical Spiritual Gesture’
 
지갤러리(G Gallery)는 미국 뉴욕 미첼 이네스 앤 나쉬(Mitchell-Inness & Nash) 갤러리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전시 ‘Physical Spiritual Gesture’를 23일까지 진행한다. 켈티 페리스, 제라시모스 플로라토스, 크리스 요한슨 등 현재 세계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시대 남성 작가 3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 세 미술가의 신체와 정신, 삶을 관통하는 텍스처를 캔버스 위로 옮김으로써, 중첩된 레이어로부터 다차원적 감각으로 연결되는 지각적 경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soul scape seoul’ 전시 전경. /쾨닉
‘soul scape seoul’ 전시 전경. /쾨닉
 
─쾨닉 서울 ‘soul scape seoul’
 
쾨닉 서울(König Seoul)은 레이코 이케무라의 한국 첫 개인전 ‘soul scape seoul’을 내보인다. 일본에서 태어나 스페인 세비야에서 수학한 작가는 1980년대 초반부터 그의 출생지인 일본과 제2의 고향이 된 유럽 양쪽의 전통에 기반해 새로운 매체와 문화유산 모두를 다루며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신작을 포함해 지난 10여 년간의 근작을 두루 소개한다. 세 개의 개별적인 캔버스가 모여 하나를 이루는 트립틱 형식의 작품과 쐐기풀, 황마, 종이와 같은 다공성 섬유에 표현된 회화 작품들이 내걸리며, 도장된 청동 조각인 ‘HARE COLUMN II’부터 유리를 주조해 만들어진 작품까지 다양한 재료를 다룬 조각 작품 5점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Time Curve’ 전시 전경. /리슨 갤러리
‘Time Curve’ 전시 전경. /리슨 갤러리
오세열, Untitled, 2022, Mixed media on canvas, 60.6x72.7cm. /나마갤러리
오세열, Untitled, 2022, Mixed media on canvas, 162.2x130.3cm. /나마갤러리
 
◆삼청/종로
 
─리슨 갤러리 ‘Time Curve’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베이징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지점을 운영 중인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가 북촌 이음 더 플레이스에 팝업 전시장을 차리고 한국 관객을 기다린다. ‘Time Curve’전(展)에는 아이 웨이웨이, 사라 컨닝햄, 나탈리 뒤버그 & 한스 버그, 라이언 갠더, 쉬라제 후쉬아리, 아니쉬 카푸어, 오토봉 엥캉가, 로르 프루보, 션 스컬리 등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가 참여해 시간, 우리가 시간에 부여하는 가치, 시간의 흐름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 내걸린다. 전통적인 한옥 전시장과 동시대 미술품이 함께 자아내는 정취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마갤러리 ‘오세열’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이 삐뚤빼뚤한 글씨체, 어눌한 듯하면서도 자유로운 필치는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오세열 고유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다. 나마갤러리는 서울아트위크 기간, 오세열 개인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블루톤의 최신 회화와 흑연을 주재료로 삼아 제작돼 기왓장과 같은 정감 있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떠올리는 대표작까지 두루 내걸린다. 생각지 못한 곳에 불쑥 자리한 작은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소박하고 수수한 존재감을 지닌 이들이 모여 이뤄낸 잔잔한 화합이 그의 화면에 펼쳐진다. 이들 콜라주는 자신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은유성은 오세열의 작업 근간을 이루는 큰 갈래 중 하나다. 이 덕분에 감상자는 그의 작품 앞에 발길을 오래 머물 곤 하는데, 볼 때마다 다르고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른 까닭이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이어진다.
 
‘Anish Kapoor’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Anish Kapoor’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Anish Kapoor’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니쉬 카푸어의 개인전 ‘Anish Kapoor’가 국제갤러리 전관에서 펼쳐진다. 각기 다른 성격의 건축 공간을 작품들 간의 새로운 대화를 제안하며 자신의 작업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신체에 대한 집중력을 다채로운 재료로써 다양한 모양새의 추상적 제스처를 소개한다. 해부학적 내장의 모양새를 연상하는 거대한 조각을 비롯해 작가의 문법을 농축해 놓은 듯한 회화와 짙은 검정 빛깔의 오브제를 볼 수 있다. 작가의 대표적인 컬러로 꼽히는 새빨간 빛깔과 검정색이 대조를 이루며 작가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이어진다. 
 
─기체 ‘트로피’
 
기체(Kiche)는 옥승철의 신작을 소개한다. 전시 타이틀 그대로 ‘트로피’를 상징적 모티프로 삼아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원본이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에 더 집중했던 이전의 전시들과는 달리 도상 그 자체를 다루고자 한다. 그는 하나의 대상(원본)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의미가 지어지는 것에 주목한다. 10월 7일까지 열리는 옥승철 개인전 ‘트로피’에서는 신작 조각 ‘Trophy’ 외에도 새로운 회화 16점도 공개된다.
 
‘트로피’ 전시 전경. /기체
Rashomon, 2023, Acrylic on canvas, 200x150cm. /기체
‘To Be / To Have’ 전시 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To Be / To Have’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같은 건물 3층에 ‘ARTSIDE Temporary’라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오픈하고, 첫 전시로 이태수 개인전 ‘To Be / To Have’를 10월 7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태수는 바위와 같은 현실에서 굉장한 무게가 있는 물체를 매우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 모순적인 형태를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2미터가 넘는 그랜드 피아노가 바위 아래 깔려 부서져 있는데, 클래식의 상징이며 자본주의에서 상당한 가치를 띄고 있는 그랜드 피아노는 제 기능을 전혀 할 수 없게 산산조각 나 있다. 이로써 작가는 전시장에 낙석이 떨어진 것 같은 연극적 상황을 연출하고 파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그로 인해 새롭게 도출되는 심미적 숭고함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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