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추급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8.04 16:09

/Frieze Seoul
 
미술진흥법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미술가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작품의 재판매 이익을 작가도 배분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 ‘추급권’이 확보됐다. 이번에 통과된 미술진흥법은 추급권, 즉 재판매보상청구권을 주요 골자로 하는 만큼, 미술가부터 화상, 컬렉터까지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대체 추급권이란 게 무엇이기에 미술계에서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추급권이란?
 
재판매보상청구권이라고도 불리는 추급권(artist resale right)은 미술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판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작가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미술 작품은 영화나 서적, 음반, 공연 등 시장으로부터 재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예술 문화 분야와는 달리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마련이다. 미술가가 작품 활동을 거듭하며 점차 명성을 얻고 그게 작품가에 반영되기까지 보통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작품을 제작하고 생산한 당사자인 미술가는 후에 유명 작가가 되어, 초기에 판매한 작품이 당시 가격의 수천, 수만 배가 됐다 한들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것은 없다. 미술가의 가족도 마찬가지로 재미를 보는 자는 이미 가격이 오른 작품의 소장자와 재판매자 정도다. 
 
밀레의 대표작 ‘만종(The Angelus)’(1857~1859). /아트조선DB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가 있다. 추급권이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밀레의 대표작 ‘만종(The Angelus)’(1857~1859)은 작가의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 경매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회화다. 1860년 1000프랑에 판매된 이 그림은 천정부지로 폭등해 1890년에는 작품가가 80만프랑에 이르렀다. 그러나 800배나 값이 올랐다 한들 이미 밀레는 세상을 떠난 뒤였고 이로부터 그의 유족이 얻은 혜택이나 부는 없을뿐더러 여전히 빈곤했다. 그래서 불합리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추급권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다.
 
그동안 개별법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는 문학, 공연, 출판, 음반, 영화 등과 달리 미술은 개별법이 따로 없는 상태가 지속돼 왔다. 미술품은 다른 문화 분야와는 구별되는 특이점이 있는데, 바로 복제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원작만이 가치를 지니기에, 작가는 작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 ‘한 점’이 자신의 수중에 있고 자신이 그걸 판매할 때만 성사되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작품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유명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명성을 얻고 인정받기까지 최소 수 년에서 수십 년은 소요되기 때문에 결국 추급권 없이는 앞뒤가 성립되지 않는다.
 
─어떻게 시행되나?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술진흥법에 따르면, 추급권은 작품가 500만원 이상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적용한다. 물론 지금 당장부터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까지 4년이 남았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작품가의 얼마만큼을 요율로 할지도 아직 미정이다. 추급권을 일찍이 도입한 EU의 경우, 작품 재판매가의 0.25~4%를 작가와 유족에게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1회당 1만2500유로를 넘을 수 없다는 조건이 붙는다. 유럽연합과 비슷한 수준으로 요율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상 요율은 작가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또한,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며, 권리는 양도할 수 없지만 작가 사망 뒤에는 법정상속인이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미술품 재판매금액이 500만원 미만인 경우나 원작자로부터 직접 취득한 지 3년이 넘지 않고 재판매가가 2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추급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업무상 저작물인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Frieze Seoul
 
─추급권 찬성? 반대?
 
현장에서는 추급권을 두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단, 추급권 자체가 일종의 세금으로 작용해 작품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에서다. 이는 구매 심리를 저해할 것이고 미술 시장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반대로, 첫 판매가를 일부러 낮춰 판매하는 등의 꼼수가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시장의 투명화가 아닌 음지화를 촉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추급권을 세금으로써 접근한다면, 미술품의 거래 내역이 모두 기록, 공개된다는 점에서도 부담과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점들로 인해 추급권이 실리는 크게 없으면서 도리어 미술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추급권 시행으로 미술품 유통 구조가 한층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작품가에 있어서 객관적 수치나 지표가 있기는 다소 어려우나, 징수를 위해서는 작품가 기록이 필연적이므로 작품가에 대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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