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오페라보다도 더 진한 것이 인생”… 김영희 예술 인생의 찬미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7.28 15:37

한국에서 7년 만의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개막
8월 26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작가가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아이의 작지만 야무진 손에는 대야가 있고 그 앞의 발간 볼의 엄마는 마냥 흐뭇한 표정이다. 둘의 까르르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이 조각의 명제는 ‘등물’이다. 김영희(79) 작가가 한국에서 7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관객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애기가 엄마 등물 해준다고 물을 끼얹어 주고 있는 모습이죠. 한여름에 시원한 등물만 한 것이 있던가요? 애기의 작지만 야물딱진 손이 엄마에게 등목해주겠다고 무거운 대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뻐.”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가 27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작가는 소박하고 정감 있는 우리네 풍경을 포착해 닥종이 조각으로 구현해 왔다. 닥종이는 전통 한지의 종류로, 부드러우면서도 잘 찢기지 않는 견고함을 지닌 소재다. 김영희는 이러한 닥종이의 물성과 예술적 특성을 살려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작가가 산수(傘壽)를 맞이하는 해로, 이번 전시는 그를 위한 ‘팔순 잔치’와도 같다. 이에 이번 전시의 오프닝 리셉션은 작가를 위한 생일 파티의 형식으로 열렸다. 국내에서 7년 만에 마련되는 전시인 만큼 각계 인사가 전시를 찾아 그의 예술 인생 80년을 축하하고 찬미했다.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연신 고개를 작품 가까이 갖다 대고 자세히 관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김영희 작가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60대 여성은 전시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어쩜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지. 보고 있으면 꼭 저 어렸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 난다니까요.” 아트 컬렉터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부모님 생각이 나며 가슴이 뭉클해진다”라며 개구쟁이 아이상의 조각을 구매해 갔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정겨운 닥종이 인형 조각은 물론, 와인잔, 핫팩, 와인병, 치즈 등과 같은 실생활 속 오브제를 소재로 삼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모노톤 색상의 최신작도 함께 내걸렸다. 김영희 예술 세계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신작에 관람객들의 눈길도 쏠렸다. 30대 여성 방문객은 “닥종이라는 전통 종이로 만든 와인병이라니 너무나 새롭고 신선하다”라고 감상평을 전했다.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27일 열린 김영희 개인전 오프닝 리셉션은 작가의 여든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생일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상미디어
 
행사 말미에는 작가를 위한 깜짝 생일 케이크가 준비됐다. 내빈들과 관람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자, 작가는 예상하지 못한 듯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팔순 잔치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울지 않으려고 지금 꾹 참고 있는 거랍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인생은 아름다워’다. 여기에는 김영희의 지난 80년 인생사에 대한 예찬과 닥종이 예술의 지평을 확장한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기리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인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인생은 최고의 예술 작품입니다. 소설을 짓더라도 그렇게 못 써요. 어떠한 영화보다도, 어떠한 오페라보다도 더욱 진하고 강렬한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화~토 10:00~18:00, 입장료 무료. (02)736-7832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김영희 개인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경. /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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