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아트픽 30’展 관람 설명서③] 한국 미술계의 오늘과 미래를 비추는 ‘3050’ 작가들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7.19 19:21

하태임·정영주·손진아·김남표·곽철안·박병일·김호정·이경미·채지민·이사라·권하나·다다즈·전아현
아트조선·TV CHOSUN·뉴시스 연합 ‘아트픽 30’
8월 9일까지 한가람미술관 2층 전관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아트픽 30’이 8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전관에서 개최된다. /아트조선
 
지난해 한국 미술 시장은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판의 성공적인 개최부터 미술품 거래 총액 사상 첫 1조원 돌파에 이르기까지 한국 동시대 미술을 향한 대중적 관심도가 어마어마한 가운데,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과 미래를 다층적이고 심도 있게 보여주는 전시 ‘아트픽 30(Art Pick 30)’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ART CHOSUN(아트조선),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아트쇼로,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지형도를 보여주는 작가 30인을 선보인다. 이들 작가는 주최 미디어 3사가 주목하고 기사로써 소개한 바 있는 미술가들이며, 특히 미디어가 검증하고 엄선한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생성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대표한다.
 
서로 다른 경향과 다채로운 소재로 고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미술가 30인이 참여하는 전시인 만큼, 3부작에 걸쳐 전시장에 작품이 설치된 순으로 작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아트픽 30’전(展) 관람 설명서를 연재한다.
 
하태임, Un Passage No.231022, 2023, Acrylic on canvas, 130x162cm. /아트조선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색과 면을 재단하는 ‘하태임’
 
제3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하태임의 최신작들이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하태임의 컬러밴드 연작 ‘통로(Un Passage)’는 동시대 미술애호가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꼽힌다. 매끄럽게 바탕색을 칠한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곡면의 색띠를 여러 번 덧칠해 표현한 회화로, 컬러에 따른 작가의 메시지와 감상이 담겨 있으며 화폭을 채운 곡면의 색띠는 리듬감과 운율감을 선사한다. 하태임에게 컬러밴드는 보는 이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통로와도 같다. 한마디 말로는 똑떨어지기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과 감상을 서로 다른 컬러밴드의 중첩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보는 이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간 것이 컬렉터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손진아, Dancing Inside, 2022, Acrylic on canvas, 160x180cm. /아트조선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마음을 밝히는 ‘정영주’의 달동네 그림
 
그 옆으로는 또 다른 ‘완판’ 작가 정영주의 최신작이 내걸렸다. 정영주의 달동네 그림은 환상적인 분위기로 애틋한 추억의 잔상을 선사하는 듯하다. 작가는 캔버스에 종이를 붙여 산의 형상을 완성한 뒤, 캔버스 하단에 종이를 붙이고 오려서 집의 형상을 더해 아크릴 물감을 수십 차례 올려서 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들 판잣집은 실제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지며 향수를 자극한다. 몇 년 전에는 BTS의 RM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며 젊은 컬렉터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정영주의 작품 세계를 두고 “종이와 종이는 서로를 뿌리 삼아 기대며 일어선다. 집과 집은 서로의 존재를 온기 삼아 생명력을 발산한다. 집과 집은 서로 의지해서 화면을 가득 채우며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이 연못 가장자리 끝까지 퍼지듯이, 불빛은 동심원처럼 우리의 마음속까지 울려 퍼진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감정선이란 이렇게 생긴 것일까… 손진아
 
무희(舞姬)의 치맛자락처럼 선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캔버스 위에서 춤춘다. 손진아는 순간순간의 감정선에 따라 화면 위에서 붓을 놀린다. 리드미컬한 이 선들은 얽히고설키며 의도치 않은 새로운 느낌을 일으킨다. 그저 붓을 든 순간의 즉흥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작가이지만 작품의 제작 과정은 치밀하다. 아크릴 물감들을 밀어내거나 덩어리 만들기 후 다시 컬러링 작업을 하고 이어서 여러 번의 반복된 패턴 작업과 색면 작업, 마무리 단계에 들어 감정선에 따른 라인 작업을 추가한 후에 바니쉬로 투명한 피막 처리를 한 뒤 비로소 완성된다. 그의 작품 타이틀도 눈여겨봄 직하다. ‘Dark Night’, ‘Dancing Inside’, ‘Happy Person’ 등과 같이 그는 작업 과정 중 떠오르거나 느꼈던 감상을 토대로 명제를 짓는다. 감정이란 것이 눈에 보일 수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실감나는 초현실의 회화 ‘김남표’
 
섬세하고 세밀하지만, 그만큼 섬뜩하기도 한 사자가 노려보는 것 같다. 김남표의 극사실화가 이번 전시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하다. 캔버스 속의 동물은 실감 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눈빛이 슬프게 다가온다. 마치 힘이 빠진 듯 보이는 이들 동물은 작가가 사람에 비유한 것이다. 그 옆으로는 같은 작가의 것이라고 믿기 힘든 푸른 풍경의 대작이 펼쳐지는데 이 역시 김남표의 회화다. 작가는 제주도 애월의 풍경으로 함께 설치된 곽철안의 파란 입체 조형물과 잘 어우러진다. 
 
◆일획의 오브제, ‘곽철안’
 
이어서 곽철안의 작품이 전시장 곳곳에 내걸려 공간 분위기를 환기한다. 곽철안은 독창적인 형상의 일획(一劃) 오브제로 잘 알려져 있다. 일획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그 자체로 다양한 감정과 의도를 담는 표현성 강한 조형이다. 벽에 걸면 평면작품으로, 공간에 놓으면 입체작품으로 그 감상 방법도 함께 변화한다. 평면의 일획은 벽을 규정하며 그 조형성을 드러내고 공간 속의 일획은 주변 환경과 조응하는데, 이 때문에 예술작품으로서 그의 오브제는 용도의 확장성도 변화무쌍하다. 책을 놓으면 책상으로, 찻잔을 놓으면 근사한 테이블로도, 때로는 의자로까지 변모한다. 곽철안의 일획의 오브제는 예술품의 지평을 확장하며 만물과 통한다.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윤다함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윤다함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담묵의 향연, 박병일
 
한국화가 박병일은 도심에 주목했다. 여백의 미학을 구현하고자 하는 그는 자연이 아닌, 도시 풍경을 택했다. 담묵(淡墨)으로 묘사된 빌딩숲 사이사이는 작은 굵기의 여백의 선(線)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 산수화에서 하늘이나 강물을 여백으로써 비워두듯이 박병일의 도시 풍경화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익숙한 도심의 마천루도 어딘지 모르게 달리 다가온다. 
 
◆김호정의 ‘푸른빛’이 건네는 위로
 
국내는 물론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전시 활동을 펼치며 고유의 파란빛 세라믹 작업으로 세계 아트 러버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도예 작가 김호정이 ‘아트픽 30’전을 위해 최신작 달항아리를 출품했다. 김호정은 푸른빛의 도자기, 회화 등을 통해 자연의 그것과 같은 희망과 위로, 편안함을 구현하는 데 몰두해 왔다. 자연이 지닌 푸른 빛깔에 대한 동경에서 기인한 파란색에 대한 애정은 오늘날 김호정의 작업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가 됐다. 더 나아가 색의 무한한 다양성을 탐색하는 그의 작품은 고요하고 차분하면서 동시에 강렬하고 흥미로운 감상을 가능케 한다. 작가는 캔버스로까지 작업을 확장해 더욱 풍부한 예술 세계를 건설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깊은 심연의 바다와도 같이 다가오는 푸른 화면의 회화 ‘Captured Landscape II’(2022)를 함께 볼 수 있다. 
 
◆‘나나 아스트로’ 세계관의 주인공 이경미
 
이른바 ‘고양이 작가’로 유명한 이경미도 이번 전시에 이름을 올렸다. 고양이와 작가의 인연은 아주 끈끈한데, 어렸을 적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을 고양이에게 투영해 불안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하는 데서 기인했다. 회화부터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고양이를 통해 자전적 스토리를 그려온 이경미는 실제 자신의 고양이 ‘나나’를 캐릭터화한 깜찍한 고양이 우주비행사 ‘나나 아스트로’를 통해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나’에게 받았던 위로를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채지민, Man under the Overwhelming Wall, 2023, Oil on canvas, 116.8x91cm. /아트조선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사라, Wonderland, 2022, Acrylic on canvas and pop orange frame, 116x150cm. /아트조선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위화감을 조성하는 역설적 조화, 채지민
 
차리다 만 무대 같이 미완의 지점에 멈춘 듯한 묘한 화면은 바로 채지민의 회화. 그의 그림에는 양가적인 이미지가 혼재한다. 현실과 비현실, 관계와 비관계와 같이 상반되는 두 개념의 경계선에 잠시 머무는 것 같다. 그의 작업에는 캔버스 위를 종횡하는 획과 불규칙적으로 산재한 사물을 따라 운동감이 느껴지는 인물 그리고 한없는 정지 화면에 갇힌 인물이 공존한다. 기하학적으로 화면이 분할 구성되며 마치 정교하게 연출된 연극 무대를 연상하는 것은 실제 작가가 대학 시절 열정적으로 매진했던 연극 동아리 활동에서 기인한 것으로, 무대를 연출하는 재미에 빠졌던 작가는 이를 캔버스에서 이어가게 됐다. 이를 계기로 회화의 공간성에 주목하게 되며 채지민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물리적 평면성과 환영적 공간감 사이를 사유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비어있지만 비어있지 않은 물체, 한 공간에 있지만 마주하지 않는 인물을 통해 차단된 긴장감과 역설적인 조화를 담은 장면을 내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 사이즈의 최신작 ‘Untitled’(2023)을 비롯해 ‘Man under the Overwhelming Wall’(2023)을 출품했다.
 
◆호기심 가득한 세계 속의 유쾌한 균열, 이사라
 
이사라는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인형의 형상을 재해석한 대표작 ‘Wonderland’로 최근 미술시장을 달구고 있는 작가 중 하나다. 현실에 대한 긍정에서부터 기인한 밝은 색채와 경쾌한 형상으로 판타지와 유토피아를 표현해 온 이사라에게 어릴 적 함께 지낸 인형은 작업에서의 주요한 소재 중 하나로, 행복한 기억의 꿈이자 잠시 쉬어가는 감정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 세계에서 인형이란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물, 심리적 감각을 촉발시키는 기능을 넘어, 능동적인 존재로 진화해 화려한 컬러와 발랄한 분위기의 화면을 완성한다. 출품작들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표면 위에 희끗희끗한 점들이 보이는데, 이는 작가가 물감칠을 한 뒤 날카로운 칼 따위로 긁어낸 흔적이다.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다다즈, Get Off Work Early, 2023, Acrylic and UV print on canvas, 112.1x162.2x4cm. /아트조선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권하나의 예상 불가 깜찍 조합
 
큼지막한 눈망울의 깜찍한 소녀와 약과 모양의 머리띠. 이처럼 예상치 못한 귀여운 조합에 아트러버들이 홀딱 반했다. 권하나는 하이엔드 쥬얼리 쇼메(Chaumet) 등 아트씬뿐만 아니라 각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머징 아티스트다. 작가 고유의 캐릭터 ‘나나’는 현대인의 공감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완판’ 행렬의 주역이다. 권하나는 화면 속 소녀 ‘나나’에 자신을 투영하는데, 행복한 기억과 유년기의 추억, 혹은 일상 속 크고 작은 드라마를 작가적 상상력을 통해 예술 소재로 탈바꿈해 화면에 녹여낸다. 다이어트, 연애 등 작가는 솔직하게 마주한 자기 내면을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회화를 완성한다.
 
◆디지털아트의 새로운 패러다임, 다다즈
 
다다즈(DADAZ)는 지난해 7월부터 DADAZ NFT 프로젝트로 시작해 800여 명 이상의 큰 팬덤 ‘다다즈팸’을 구축한 스타 작가다. 그는 자기 작품을 소장한 사람을 (NFT)홀더 혹은 컬렉터라고 부르지 않고 ‘다다즈팸’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Family’의 약자로 그만큼 ‘가족 같은 친근한’ 결속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디지털 페인팅으로만 보이지만, 캔버스 위에 프린트한 뒤 이를 리터치하고 코팅하는 등의 아날로그적 기법이 더해진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 미술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두 필드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지며 이목을 끌고 있는 아티스트로 꼽힌다. 그의 작품을 활용한 에코백이 이번 전시의 굿즈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RT CHOSUN, TV CHOSUN, 뉴시스 미디어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미디어 연합 전시 ‘아트픽 30’ 전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전아현의 ‘입체 산수화’
 
전시의 대미는 전아현이 장식했다. 그는 평면, 입체, 설치, 아트 퍼니처 등 다채로운 예술 장르를 종횡하는 작가다. 그의 독창적인 오브제, 이른바 ‘입체 산수화’ 작업은 흡사 그 안에 산을 머금고 있는 듯 오묘하며 신기하다. 대표작 ‘심산(深山)’ 시리즈는 전국의 깊고 적막한 산을 찾아 곳곳을 누볐던 결과물로, 아스라한 운무의 향연에 둘러싼 산세는 그저 신비롭다. 작품 제작기법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작품 안의 공간은 크게 땅과 하늘 두 공간으로 나뉜다. 하단은 대개 시멘트로 거칠면서도 험준한 산세의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의 투명한 하늘 부분은 레진으로 채워 완성된다. 특히 두 부분의 경계에는 미세한 안료를 섞어 안개 느낌을 구현한다. 경이로운 이 연무(煙霧)와도 같이 전시장 끝자락에 자리한 전아현의 기묘한 입체 산수화는 ‘아트픽 30’전에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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