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21 16:18
만화 캐릭터, 우화적 이미지 등에서 차용한
날카로운 유머 감각으로 투영한 현대사회


팬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현대인의 시간과 경험은 무언가를 관조하는 것에는 빈곤해지고 이미지와 정보를 표피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치중하게 됐다. 지금 현대인에게 필요한 예술은 아름다움으로 현실을 약화시키거나 고통을 경감시킬 모르핀이 아닌, 의식의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된 전시가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훈규, 순이지, 웡핑, 탈라 마다니의 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전시 '쉿!'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10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참여 작가들은 만화 캐릭터나 우화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최근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홍콩의 정치적 문제, 코로나 팬데믹과 미디어의 영향 등에 대해 날카로운 유머 감각으로 다양한 장면들을 그려낸다.
전시 타이틀 '쉿!'은 작품마다 켜켜이 숨겨진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관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전시 영문명 'Keep Calm and Give a Shit'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에서 만든 포스터 문구 'Keep Calm and Carry On'을 패러디한 것으로, 세상이 어수선해져도 평상심을 가지고 중요한 것들에 주목하며 오늘을 살아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1층 애니메이션 위주의 작품과 2층 회화 중심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1층의 웡핑과 탈라 마다니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출발해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는 작품을 보여준다면, 2층의 김훈규와 순이지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한 이야기들을 해학적인 풍자를 통해서 그려낸다.
관람객은 귀여운(cute) 이미지, 날카로운(acute) 유머와 통렬한 풍자를 보여주는 출품작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더욱 민감해지고 연결되는 기회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