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13 18:01
‘나’와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 담긴 회화 20여 점 선봬
7월 4일까지 금산갤러리


존재에 대한 성찰을 거듭하며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근중. 그가 말하는 존재란 마음이나 신체가 한곳에 머물지 않고 경계와 틀이 없는 상태, 선이든 악이든 자연스레 수용하는 존재 자체의 자유로운 모습을 뜻한다.
작가는 일찍이 1980년대 후반부터 포스트모던 경향의 실험적인 회화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작가 특유의 색감이 도드라지는 프레스코 방식의 한국화를 시작으로, 채색이 강조된 모란 그림, 그리고 이후 단색화에 이르는 등 자유분방한 태도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1986년 대만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한 당시, 동양화의 근간이 ‘자유정신’에 있다고 깨달은 김근중은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길 거듭하며 현대적인 재료를 바탕으로 새로움을 모색하기로 한다. 그 결과 1990년 금호미술관에서 가진 첫 개인전 ‘김근중 현대벽화전’에서 고구려벽화와 돈황벽화의 예술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벽화를 내걸어 큰 호평을 받았다.

성공 가도를 달려온 작가의 작업 세계는 2005년경을 기점으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는데, 그 동인(動因)은 우연히 목격한 화려한 색상의 모란이 가득한 12폭의 병풍이었다. 색상과 동일 화면이 열두 번이나 반복적으로 현현하는 모습에서 현대적 조형 어법을 발견한 김근중은 모란을 소재로 채택해 신작을 발표했다. 강렬한 색채를 지닌 그의 모란은 생동하는 생명력을 내뿜었다.
이후에도 작가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각기 다른 작품 속에 존재하는 일관된 ‘나’에 대해 고민한다. 고민 끝에 10년 만에 꽃이라는 구상에서 벗어나 대자연을 추상화로 표현한 신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렇듯 김근중은 존재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어 왔다. 폭넓은 그의 작업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김근중 개인전 ‘Natural Being’이 7월 4일까지 금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 ‘Natural Being’ 중 모란과 추상, 그리고 최근 제작된 단색화를 함께 선보인다. 형태와 색채가 분명한 모란을 시작으로 질감이 강조된 단색화 그리고 무형(無形)의 꽃까지 총 27점의 회화가 내걸린다. 수십 년에 걸쳐 ‘사실-추상-단색’의 변화를 통해 작가적 고민을 다듬어 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더불어, 함께 공개되는 14점의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또 다른 연작인 ‘꽃, 이전(Before-Flower)’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욕망을 담은 존재로 그려내던 모란을 해체함으로써, 내면에 더욱 깊이 다가가, 보다 본질적인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각기 다른 형태를 띠지만, 그 기저에는 김근중의 작가적 정체성과 본질적 내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하나로써 조화를 이룬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