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16 17:46
삼천리그룹 천만장학회 공모제 수상전 ‘천만아트포영’
“차세대 미술 인재 육성 프로젝트”
이달 26일까지 여의도 삼천리 본사 1층



한국 동시대 미술의 미래는 어떤 얼굴일까. 미래 유망 미술가들의 도발적이고 때로는 기발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제1회 천만아트포영(ChunMan Art for Young)’ 공모 수상전이 이달 26일까지 서울 여의도동 삼천리그룹 본사에서 개최된다.
‘천만아트포영’은 삼천리그룹 장학재단 천만장학회가 미래 유망 미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로, 특히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공모가 진행돼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장학회에서 운영하는 상인만큼 그 취지도 남다른데,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이 고인이 된 형 이천득 전 삼천리 부사장의 생전 미술을 향한 열정과 애정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1등 1000만원 등 총상금액 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모제로, 평면, 입체, 설치, 뉴미디어,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 분야를 아우른다. 이번 첫 공모에는 500여 명이 지원했다. 심사는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큐레이터 켈리 롱(Kelly Long), 전 뉴욕 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인 로라 브레이브먼(Laura Bravemen) 등이 맡아 국제적인 시각과 감각으로 30명의 수상자를 선발했다.


최고상인 ‘천(天)’에는 정주원, ‘지(地)’는 최재혁과 노오경, ‘해(海)’는 송석우와 곽지수에게 돌아갔으며, 그 외 25명의 작가가 ‘인(人)’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최고상 수상자 정주원의 작업에 대해 “미술사적 레퍼런스가 분명한 동시에 자신의 관점이 명확하고 주제에 대한 사려 깊고 조심스러운 접근법이 장점”이라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세련된 위트로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정주원은 기계적이면서 유기적인 몸, 정적이면서 계속해 움직이는 상태의 몸을 포착해 정확한 형태 혹은 존재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는 이번 수상작 ‘깊은 밤 속 뚝딱 바람’(2023)에서 ‘피노키오’를 소재로 삼아 선들의 리듬과 그들이 이룬 장단으로써 과감한 컬러와 힘찬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2등상을 받은 최재혁과 노오경은 각각 사진과 영상 작업을 내보인다. 최재혁의 수상작 ‘자라족’(2022)은 대학가 원룸촌 풍경을 통해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을 의미하는 ‘자라족’을 상기한다. 원룸촌 건물 외벽이 마치 자라의 등딱지와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청년들의 불안과 고민을 투시하는 듯하다. 노오경의 영상 작업 ‘나의 아메리카-스런 태극기’(2023)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몸과 국가 정체성을 소재로 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작가 자신을 투영한다. 외모, 언어, 여권 등을 떠나 이방인이란 존재는 어떤 국기를 들고 어떤 나라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3등상 ‘해(海)’로 선정된 송석우는 사진 연작 ‘Wandering Wondering#6’(2019)에서 사회화돼 가는 성인과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에 주목했다. 개인과 사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도시 풍경의 사진에 담았다. 또 다른 ‘해’ 수상자 곽지수는 저울 위에 텍스트 모양으로 설탕을 올린 설치 작업 ‘균형 잡힌 대화’(2019) 등을 출품했다. 작가는 어떻게 가장 가벼우면서도 진실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 끝에 이러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한다. ‘균형 잡힌 대화’는 논쟁을 팽팽한 상태의 저울로써 시각화한 것으로, 간과된 것들의 의미를 고찰한다.
한편, ‘천만아트포영’은 재단법인 천만장학회가 주최하고 월간 퍼블릭아트의 협력 하에 진행된다. 매일 오후 2시와 3시 전시 도슨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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