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 삼청동으로 확장 이전… “한국 미술시장에 지속적 투자 의지”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5.02 17:47

씨씨 필립스 개인전 등 개관 기념전

씨씨 필립스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 전경. /윤다함 기자
그룹전 ‘The New, New’ 전경. /윤다함 기자
 
“10년 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삼청동을 둘러보고는 매료돼 이곳 부근에 갤러리를 여는 것이 꿈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이뤄지다니 너무나 설레고 기쁩니다.”
 
‘페레스프로젝트(Peres Projects) 서울’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방으로 확장 이전했다. 하비에르 페레스(Javier Peres) 페레스프로젝트 대표가 서울 지점의 이전 개관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우리 갤러리만의 정체성을 이 공간에 녹여내 선보이게 돼 꿈만 같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작가들을 한국의 아트 컬렉터에게 소개하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년간 페레스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하비에르 대표는 베를린과 밀라노에 이어 지난해 4월 장충동 신라호텔에 서울 지점을 오픈하며, 한국 미술시장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이어 서울 지점 개관 1년 만에 전통적인 아트 디스트릭트(art district) 삼청동으로 이전해 새로운 둥지를 틀고 한국 미술애호가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고자 한다. 기존 신라호텔에 있는 공간은 조각이나 설치, 혹은 장소특정적 작업 등을 위주로 내보이는 용도로 당분간 유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씨씨 필립스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그룹전 ‘The New, New’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새 전시 공간은 갤러리현대 뒤편 골목에 자리 잡았다. 전시장은 1, 2층 2개 층으로 총 130여 평 규모로 운영된다. 작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연광이 흠뻑 들어오고 공간적 간섭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건물 3층은 컬렉터를 위한 프라이빗 룸으로 꾸며졌다. 이들 새로운 공간에서는 신관 개관을 기념해 영국 출신의 신진 작가 씨씨 필립스(Cece Philips)의 개인전과 신선하고 도전적인 작업세계를 지닌 갤러리 소속 작가들을 한데 모은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1층에 마련된 씨씨 필립스의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은 아시아에서의 첫 전시로, 주로 어두운 밤이나 혹은 해질녘의 풍경을 담고 있는 그의 회화에는 무언가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담겨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몰래 훔쳐보고 있는 듯한 감상에 빠지게 하는데, 주변인의 입장이 된 관객이 열린 창문이나 반대편 길가로부터 덤불 혹은 소파 너머로 보이는 다양한 장면을 관찰하게끔 하는 식이다. 이처럼 은밀한 시선을 유도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로서, 그의 회화를 감상하다 보면 화면 속 인물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씨씨 필립스, I Spy a Stranger, 2023, Oil on canvas, 180x120cm. /페레스프로젝트
오스틴 리, 🌷🌷🦋, 2023, Acrylic on canvas, 183x152cm. /페레스프로젝트
 
한층 위로 올라가면, 갤러리의 대표 소속 작가 7명의 통통 튀는 회화들을 볼 수 있다. 그룹전 ‘The New, New’는 명제 그대로 새로운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갤러리의 창립 정신을 조명하며 세계적인 관점에서 현재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걸었다. 라파 실바레스(Rafa Silvares), 에밀리 루드비히 샤퍼(Emily Ludwig Shaffer), 조지 루이(George Rouy), 안톤 무나르(Anton Munar), 제레미(Jeremy),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오스틴 리(Austin Lee)의 근작부터 신작이 전시된다. 이중 에밀리 루드비히 샤퍼와 젊은 덴마크계 스페인 작가 안톤 무나르는 국내에는 첫선을 보이는 미술가로, 특히 무나르는 최근 갤러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작가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한 방식으로써 구상 회화를 시도해 왔다. 작가들의 각기 다른 문화적, 사회적, 지리적 배경이 회화로써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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