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느껴지는 그림… 김근태展, 4월 22일까지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3.30 17:36

개인전 ‘숨결.’ 2부, 30일부터 아트조선스페이스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김근태 개인전 ‘숨결.’이 4월 22일까지 열린다. /윤다함 기자
 
“자연광 아래에서 보니 붓결 하나하나가 더욱 생동하는 듯이 느껴져요.”
 
수백, 수천 번의 붓질이 거듭되며 붓결이 오롯이 새겨진 김근태의 화면이 볕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는 단색 물감을 바르고 말리고 또 바르기를 반복하며 동시에 마음은 비워내는 수행적 태도를 회화에 투영해왔다. 김근태의 그림은 화려한 꾸밈이나 수식 없이 담백한 단일 색을 띠고 있는 것 같지만, 한가지로 보이는 그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수 가지의 색상을 수십, 수백 번 층층이 뒤덮는다. 몇 겹이고 포개진 두터운 덧칠로써, 작품 표면에는 세필이 하나하나 훑고 지나간 듯 섬세한 붓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김근태의 유화 연작 ‘결’ 10여 점이 한데 내걸린 개인전 ‘숨결.’의 2부 전시가 30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150호 등 대형 사이즈의 최신작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과감한 구성을 보여준다.
 
‘숨결.’전(展)은 지난 2020년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최됐던 ‘숨,결’의 확장판이다. 대표 연작명인 ‘숨’과 ‘결’을 쉼표로 나누던 이전 전시에 이어, 작가의 예술세계를 포괄하고 통합하고자 전시 타이틀 말미에 마침표를 찍었다. ‘숨’과 ‘결’ 두 대표 연작에 따라 나눈 두 개의 전시가 각기 다른 일정으로 꾸려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심도 있고 상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25일까지 이른바 돌가루 작업으로 알려진 ‘숨’ 시리즈만 모은 전시 1부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바 있다.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높이 2미터가 훌쩍 넘는 대작 ‘2022-131’(2022)와 ‘2022-132’(2022)는 이번 전시의 백미다. 각각 쌀가루의 백색과 시루의 쥐색을 띤 작품들로, 작가의 회화 특유의 정갈한 면모는 물론, 다소 투박하며 과단성 있는 성미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신작이다. 
 
또 다른 출품작이자 작가가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설치작 ‘2022-179’(2022)도 눈여겨봄 직하다. ‘숨’ 작업의 캔버스를 층층이 쌓은 것으로, 연작의 주요한 재료인 석분의 배합 농도 등을 맞추기 위한 시뮬레이션과 테스트의 흔적이다. 아울러, 실제 그의 작업실 바닥에 깔린 광목천을 가져와 이들과 함께 설치함으로써 작가의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흥미로운 연출을 통해 물질적 속성을 캔버스 위로 옮기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헤아려볼 수 있다.
 
1부 전시 ‘숨’을 관람하고 이번 2부를 다시 찾았다는 30대 여성 관람객은 “전시장 한가운데의 설치작품 ‘2022-179’과 그 뒤에 걸린 유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니 ‘숨’과 ‘결’이 구별되는 서로 다른 작업이 아닌, 결국은 하나의 갈래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라고 감상평을 밝혔다.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김근태 개인전 ‘숨결.’ 전경. /윤다함 기자
 
이진명 평론가는 이번 전시 서문에서 “김근태 작가는 삶의 흐름 속에 서 있는 자기를 발견하여 흐름에 저항하지 않고 그 흐름에 자기를 결합하는 방법을 깨닫고 회화로 연출한다. 작가의 개성은 회화에 맞서 분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화에 대항하지 않는다. 자기를 죽였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한 자기가 다시 태어난다. 작가의 그림에서 숨결이 느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4월 22일까지. (02)736-7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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