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8 17:10
콜라주 통해 평면 재구축하는 작업 선봬


프랑스 원로 화가 크리스티앙 본느프와(Christian Bonnefoi) 개인전 ‘토끼의 질주(The Race of a Hare)’가 5월 28일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내 위치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본느프와는 1974년부터 직접 그린 그림의 일부를 자르고 이어 붙이는 콜라주를 작업의 근간으로 해 평면을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것이 재배치되는 토대는 캔버스의 불투명한 표면이 아니라 건축 자재로 쓰이는 탈라탄(Tarlatan) 거즈와 티슈 페이퍼 등인데, 표면의 투과성과 다공성은 회화를 이차원의 물체에서 해방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양면으로, 앞뒤 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선을 회화 너머로 이끈다.
그의 작업은 ‘회화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은 미술사가 봉착한 모더니즘 회화의 막다른 골목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일이었다. 회화의 매체적 독자성이 평면성에 있다는 그린버그(Greenberg)식 주장의 결과, 1960년대에 모더니즘 회화는 텅 빈 캔버스라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데, 본느프와는 평면의 물리적 이차원을 유지하면서도 개념적으로 이를 뛰어넘고 거기에 바로크적인 개방감과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론을 고안하고자 했다.


다소 수수께끼 같은 타이틀을 지닌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70년대 중반 이후로 회화의 개념과 방법을 갱신하기 위해 제안해 온 작업들 중 6개의 시리즈 20여 점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대표작 시리즈인 ‘바벨(Babel)’은 흩어진 언어의 혼돈에 대한 사유라면, 프레임을 벗어난 ‘구성(Composition)’은 문학이나 음악의 작법처럼 루도(Ludo)라 불리는 여러 개의 모티브들이 고대의 원고 두루마리(Rotuli)나 영화 필름의 릴처럼 확장해 나가는 작업이다. 아울러, 앙리 마티스의 부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지는 대표작 ‘뒷모습(Dos)’ 등이 내걸린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