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트바젤 홍콩’ 개막…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3.22 16:22

25일까지 홍콩전시컨벤션센터(HKCEC)
32개국 177개 갤러리 참가

‘2023 아트바젤 홍콩’. ⓒArt Basel
‘2023 아트바젤 홍콩’. ⓒArt Basel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이 돌아왔다. 지난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5일까지 홍콩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홍콩의 방역 조치가 해제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아트페어로서, 팬데믹 이전을 방불케 하는, 2019년 이후의 최대 규모로 꾸려진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참가하며 이는 지난해 130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 3년간의 팬데믹의 기억은 지운 듯이 아트바젤 홍콩은 코비드 이전과 같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모두 정상화해 선보인다.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를 필두로, 호주 시드니 현대미술기관 아트스페이스(Artspace)의 상임이사이자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호주관 총감독을 역임한 알렉시 글래스-캔토(Alexie Glass-Kantor)가 6회째 기획을 맡아 대형 설치작 14점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미술사적 접근으로 기획전을 선보이는 ‘캐비닛(Kabinett)’, 아시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인사이트(Insights)’, 이번 페어를 위해 신진 작가들이 특별히 제작한 신작들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인 리전화(Li Zhenhua)가 기획한 ‘필름(Film)’, 그리고 작가이자 에디터로 활동하는 스테파니 베일리(Stephanie Bailey)의 주관 아래 시시각각으로 변모하는 전 세계의 미술판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토크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 등의 섹터로 구성된다.
 
국제갤러리 부스 설치 전경. /국제갤러리
 
올해 국내 갤러리 중에는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에 국제갤러리,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조현화랑, 갤러리바톤, 리안갤러리 등이 참가하며, 인사이트 섹션에는 우손갤러리, 캐비닛에는 아라리오갤러리, 디스커버리에는 갤러리2, 제이슨 함, 휘슬 등이 출전한다.
 
국제갤러리는 독자적인 행보와 대담한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 추상 표현 회화로 한국의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최욱경의 드로잉 작업 ‘Untitled’(1960년대)를 내건다. 아울러, ‘묘법(描法)’ 연작을 세라믹으로 재해석한 박서보의 신작 ‘Écriture No. 220510’(2022),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독창적인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Conjunction 22-38’(2022), 청동으로 주조한 돌을 기둥 모양으로 쌓은 김홍석의 신작 'Stone Construction-black line’(2022) 등 전속 작가들의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PKM이 출품한 유영국의 Work(1971). /PKM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부스 설치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와 페이스갤러리는 각각의 부스에서 유영국의 회화를 공개한다. 최근 국제갤러리와 결별하고 새롭게 PKM과 페이스와 전속을 맺은 유영국이 향후 국제 무대에 어떻게 선보여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아트바젤 홍콩은 이 두 갤러리의 첫 협업인 셈이다. 오는 11월 뉴욕 페이스에서는 유영국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아시아 미술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집중적으로 출품한다. 필리핀의 뷰엔 칼루바얀(Buen CALUBAYAN), 인도네시아의 에코 누그로호(Eko NUGROHO), 일본의 코헤이 나와(Kohei NAWA)를 비롯해 인도 현대미술 대표 작가이자 최근 프랑스 파리 르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대형 설치작품을 전시한 수보드 굽타(Subodh GUPTA)가 참여한다. 얼마 전 아라리오갤러리 상해 개인전을 가진 량만치(LIANG Manqi)와 황옌칭(HUANG Yuanqing), 징스지엔(JING Shijian) 등 중견 중국 작가의 신작 페인팅과 아라리오뮤지엄 서울에서 개인전 중인 엄태정을 비롯해 최병소, 이진주, 노상호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내건다. 
 
리안갤러리 부스 설치 전경. /리안갤러리
원앤제이는 현정윤의 Just Got Here(2021)을 비롯해 작가 11인의 다채로운 작품을 내건다. /원앤제이
 
9년째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하는 리안갤러리는 후기 단색화 작가들을 중심으로 부스를 채운다. 김근태, 이진우, 김택상, 남춘모의 회화를 통해 단색화 사조를 계승하는 1970년대 이후 후기 단색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전위 예술을 개척한 이건용, 다양한 금속 물질을 사용해 재료의 형태를 드러내는 재불 조각가 윤희, 동서양의 미학이 혼재된 동시대 예술관을 펼치는 이광호, 조각적 회화를 주로 작업하며 서구의 미니멀리즘을 담아내는 독일의 이미 크뇌벨(Imi Knoebel) 등도 공개한다. 
 
원앤제이는 아시아 태평양을 넘어선 국제적 한국 미술가 11인의 심층적이고 섬세한 작품으로 부스를 꾸린다. 풍부한 서사와 자신만의 독특한 시점을 통해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로 김수영(회화), 서동욱(회화), 김윤호(사진), 오승열(조각, 설치), 박선민(뉴미디어), 정소영(조각)을 내세운다.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독자적인 방법론으로 활발히 작품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작가로는 윤향로(회화), 박경률(회화), 최윤희(회화), 이안리(회화, 조각)을 선보이며, 뛰어난 감각과 단단한 자기 서사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 잠재력 있는 젊은 작가로 “현정윤(조각)을 추천한다. 
 
휘슬은 디스커버리즈 섹터에서 람한의 ‘Bye Bye Meat’(2023) 등을 선보인다. /휘슬
갤러리2는 전현선의 ‘Truly Madly Deeply’ 연작 16점을 들고 출전한다. /갤러리2
김홍석, 침묵의 고독(2017~2019). /국제갤러리
 
디스커버리즈 섹터의 갤러리2는 전현선의 ‘Truly, Madly, Deeply’ 연작 16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세로 2미터, 가로 1미터의 신작들은 그림-동굴(painting-cave)을 만들어 내는데, 관람객은 마치 자신이 그림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하학적인 도형과 자연의 배경이 어우러지는 전현선의 작품은 그림의 경계를 넘어 마치 건축물처럼 공간을 구축하는 듯하다.
 
휘슬은 ‘디스커버리즈’ 섹터를 통해 람한 작가와 함께 아트바젤 홍콩에 처음으로 입성한다. 람한은 불안정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음식의 이미지에 내재된 모순에 빗대어 표현한 신작 11점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라이트 패널 외 3D 프린팅 조각과 VR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다. 그중 대형 라이트 패널 작품 ‘Bye Bye Meat’(2023)은 식탁 위에 놓인 기름진 음식이 몸을 불리며 괴물이 돼 음식을 먹으려는 손님을 위협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가 도구로 사용한 프로그램에서 간단한 명령어를 통해 무한히 쏟아내는 이미지를 바라볼 때 느끼는 모순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전시장 중앙에서 대형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 섹터에서는 김홍석의 설치작 ‘침묵의 고독’(2017~2019)이 화제다. 깜찍한 동물 탈을 쓴 마네킹 조각을 통해 노동의 가치에 대한 판단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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