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0 17:45
세포생물학에 관한 관심사에서 기인한 ‘핑크색’ 등
오묘한 분위기의 미래 생태계 풍경
회화 19점 등 아시아 최초 개인전 ‘오이스터 드림’
5월 13일까지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



꿈도 현실도 아니다. 다만 이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 풍경일 뿐이다. 상상으로써 빚어낸 미래 세계의 광활한 지형과 생동감 넘치는 묘한 생태계 풍광은 페르난다 갈바오(Fernanda Galvão) 고유의 독창적인 화면이다. 자연과 신체는 그의 작업 세계에서 주요한 주제다. 생물학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이를 자연과 신체는 물론, 문화적 산물로서의 풍경에 관한 이론적 연구와 연결해 이를 회화로써 풀어내 왔다.



갈바오는 자신이 가꾸는 정원이나 친구들이 찍어 보내주는 식물 사진, 숲이나 사막으로 떠난 하이킹에서 마주한 야생 생태계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온라인에서 찾은 조직학 연구사진이나 해부학 교과서의 삽화와 같은 인체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 이를 다양한 스케일의 다층적인 화면으로 구성해낸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 조직이나 엑스레이로 촬영한 인체 내부처럼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로 시야를 넓혀온 작가는 존재하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상이라든지 드러나 있는 것 이면의 내밀한 면면으로부터 거대한 상상력을 발아시키곤 한다.
이를테면, 조직검사용 시약에 반응한 세포가 띠는 네온 빛깔의 인공적 분홍빛은 그의 화면에서는 식물의 잎과 줄기를 뒤덮고 지표를 느릿느릿 흘러 다니는 진득한 색깔 덩어리로 드러나는 식이다. 작가만의 ‘회화적 생물군’을 클로즈업으로 담고 있는 회화는 새로운 세계를 이루는 생물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면모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작가 특유의 과감하고 대범한 컬러 대비는 이러한 오묘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페르난다 갈바오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오이스터 드림(Oyster Dream)’이 5월 13일까지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에서 열린다. 신작 회화 19점과 전시 공간에 맞춰 제작된 영상 설치 작품 등으로 꾸려지는 이번 전시는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미래 생태계 풍경으로 펼쳐내는 갈바오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자신의 예술적 실천을 정원사의 일에 비유하곤 한다. 정원사가 씨앗을 심고 식물을 다듬어 정원을 가꾸듯 작가는 관찰한 대상을 시각적 기호로 변환하고 그것들을 캔버스에 그려 넣고 지우며, 다시 쌓아 올리기를 반복한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 이뤄는 작업을 통해 우리 세계의 상식과 물리적 법칙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작가만의 공상과학적 미래 세계는 점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운 시공은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이나, 동시에 상상 속 신비로운 생물의 에너지로 가득한 역동적인 세계이기도 하다. 갈바오가 제시하는 매혹적인 초현실적 미래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