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14 17:44
4월 21일까지 갤러리마리

“거대한 파도를 넘는 사람, 폭풍 앞에 서 있는 사람, 인생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것들과 마주하는 인간은 작은 존재일 뿐이지만 인생 전체는 모험 그 자체다. 나는 이런 것들에서 희망을 본다. 비참한 리얼리티 안에 담기면 더욱 밝게 빛을 내는 그 에너지를 꺼내서 구체화하고 싶었다.”
박상혁의 캐릭터 ‘네모나네’는 희망을 상징한다. 그는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과 세계관을 반영한 네모나네를 통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캐릭터 ‘네모나네’를 모티브로 한 회화, 조각, 디지털아트 작업과 풍경을 재해석한 ‘엣지 시리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의 외연을 확장해온 박상혁의 개인전 ‘소우주(Microcomos)’가 4월 21일까지 갤러리마리에서 열린다. 캔버스 작업을 비롯한 드로잉, 디지털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 60여 점으로 구성된다.
Projected Nemonane(투영된 네모나네)로 명명된 PN 시리즈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구체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를 배제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되거나 감상이 편중되지 않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화면 속 주인공이면서 작가 자신이기도 한 네모나네는 항상 홀로 있지만 끊임없이 교감하고 관계맺기를 원하며 자연의 일부, 공간의 일부, 상황의 일부가 되는 캐릭터로 표현된다.

작가의 또 다른 작업 ‘엣지 시리즈’는 무한하고 부드러운 자연의 선과 인간이 만든 직선이 함께 하는 풍경을 재해석한 회화다. 자연과 인간이 부조화가 아니듯 자연과 문명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공간이 있는 양평과 서울을 오가며 자연요소만 존재했을 공간에 지금은 인간이 만든 도로와 건축물, 각종 문명의 이기들이 침묵 속에 함께 도열해있는 풍경을 마주한 작가는 그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렇듯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경계’의 개념은 박상혁의 작업 전반에서 볼 수 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네모나네는 경계에서 존재하기에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와도 섞일 수 있다. 완벽한 자연의 풍경도 완벽한 문명의 풍경도 실재하지 않기에 이 둘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모습을 작가는 ‘엣지 시리즈’로 꾸준하게 그려오고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