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13 15:01
노지마 료타·마키 킴·이윤서
25일까지 갤러리조선

야구에서 공이 날아갈 때의 회전을 최소화한 구종(球種)을 뜻하는 ‘너클볼(Knuckleball)’. 공에 회전이 없어 공 주변에 발생하는 난류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갖는 변화구로서, 무작위로 흔들리는 공의 움직임이 마치 춤을 추는 형상을 연상하는 것이 특징이다.
너클볼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듯한 통통 튀는 청년 작가 3인이 모였다. 노지마 료타(Nojima Ryota), 마키 킴(Maki Kim), 이윤서 이들 작가는 리드미컬하게 때로는 강렬한 필치로 화면을 채워낸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점을 지닌다.


노지마 료타와 마키 킴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사건을 이리저리 거닐며 구체적이거나 모호한 형태의 그림으로 담아낸다. 노지마 료타는 사람, 동물, 풍경을 밝은 색상과 삽화와 같은 붓 터치로, 추상과 구상이 섞인 형태로 그려낸다. 일상에서 겪는 사건과 해프닝을 그림의 출발점으로 삼곤 하는데, 작가에게 회화는 리얼리즘과 리얼리티의 발현으로서 감각의 파편화된 기억을 통해 그림 화면에 반응하면서 축적되는 것과 같다. 마키 킴 역시 포스트잇, 운동화, 친구들과의 수다, 집에서 발견한 가족의 노트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평범한 것을 소재로 채택한다.


이윤서는 디지털 기기 화면 속 이미지가 스쳐 지나는 모습을 리듬감 있는 붓질로 그려낸다. 방대한 인터넷 정보에서 회화의 소재를 선택한 작가는 이미지 재현의 성공보다는 실패를 드러내길 택하는데, 빠른 붓질에 뭉개진 이미지는 쏟아지는 정보의 양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회화라는 매체 자체가 처한 현주소를 나타낸다. 25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조선.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