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1.27 17:17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상호작용 디지털 아트
“빛과 색채의 향연에 ‘풍덩’ 빠져보세요”
“각 시대마다 사용 가능한 예술 소재가 있듯이, 오늘날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아트의 미학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작품은 다채로운 컬러와 회화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형상에서 흡사 환시를 경험하는 것 같지 않나요?”
뒤틀리다가도 확장하고 팽창하다 다시 또 수축하길 반복한다. 관객의 움직임을 따라 호흡하듯 반응한다. 디지털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는 직접 얼키설키 얽힌 다각형 네트 형상의 작품 ‘그물망 복합체(Complex Meshes)’(2023) 앞으로 걸어 나가 감상법을 시연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거나 손을 흔들면 가상의 그물이 살아 있는 듯 꿀렁인다.
서로 다른 가상의 그물망이 관객의 움직임을 따라 진화하고 변화하는 이 작업은 현대사회에서 실시간으로 교환되는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을 시적으로 화면에 담아낸 것이다. 특히 보는 이와의 상호작용으로써 현대인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통째로 연결해 순환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가상 예술과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로 일컫는 슈발리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꼽힌다. 에르메스, 삼성전자, 바쉐론 콘스탄틴, 페리에 주에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작가다. 그는 현대인과 오늘날 사회, 인간이 만든 문명과 자연,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전반에 대한 관심을 소재로 삼아 작업한다. 2D와 3D 기술을 활용해 유기적이고 추상적인 움직임을 담은 초현실적인 가상의 화면이 보는 이를 매혹한다.
또 다른 그의 신작 ‘디지털 무아레(Digital Moirés)’(2023)는 기하학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디지털 화면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1960년대 중반 유행한 사이키델릭 문화를 떠올리는 착시 현상이 관객을 홀린다. 옵아트를 연상하기도 하는 이 거대한 규모의 작업은 보는 이를 우주여행으로 초대하는 듯하다.


미구엘 슈발리에 개인전 ‘디지털 뷰티’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총 14개의 설치 작품 외 드로잉, 다큐멘터리 등 신작을 포함한 70여 점의 작품이 내걸린다. 전시장 5개층을 활용해 750평 규모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품 외에도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브랜드 협업 부스, 아트샵 등이 꾸려진다.
이외에도 로봇 예술가로 알려진 패트릭 트레셋(Patrick Tresset)과의 협업 작품으로, 다섯 개의 팔을 가진 드로잉 로봇의 퍼포먼스로 그림을 그려내는 ‘어트랙터 댄스(The Attractors Dance)’(2023)를 비롯해, 얼굴인식 기능이 있는 감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방문객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기계의 눈(The Eyes of the Machine’(2023)과 ‘머신 비전(Machine Vision)’(2023) 등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전시장 5층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한 슈발리에의 상설전이 열린다. 작가의 대표 연작 ‘프랙탈 플라워(Fractal Flowers)’의 VR 설치 작업과 조형물, 드로잉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슈발리에는 이렇게 당부했다. “제 작품에 ‘풍덩’ 빠져보세요.” 2024년 2월 11일까지. 1만7000원.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