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3인의 시선 끝에 자리한 풍경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1.18 17:09

김시안·정소윤·허찬미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展
2월 11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

김시안, 정물231, 2022, acrylic on canvas, 90x70cm. /아트사이드 갤러리
 
익숙함과 소홀함으로 인해 잊거나 지나친 일상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 세 작가가 모였다. 김시안, 정소윤, 허찬미 3인전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이 2월 11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가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 시선 끝을 따라가며 이들이 바라보는 장면을 주제로 소통하고자 하는 자리다.
 
독특한 에어브러쉬 기법을 활용하여 익숙한 생물이나 사물을 플라스틱과 같은 질감의 정물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김시안, 자연이 가진 거대함 속 생명의 근원과 숭고함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고 자연과 인체, 순간을 조형작업에 담아내는 정소윤, 그리고 특유의 거친 듯 경쾌한 터치와 단순한 듯 섬세한 색채표현으로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풍경을 눈앞에서 발현시키는 허찬미에 이르기까지 이들 작가의 각기 다른 관점과 형상은 고유한 태도를 가진 채 한 자리에서 어우러진다.
 
김시안, 정물218, 2022, acrylic on canvas, 162x112cm. /아트사이드 갤러리
 
김시안은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던 모든 것의 부가적인 여러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본질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닌다. 정물로 재창조된 사물과 생물은 어떠한 온도가 느껴지지 않지만, 무엇보다 객관적이며 단순하고, 때론 솔직한 형태를 드러낸다. 이처럼 캔버스 속 모든 것은 김시안에게 가장 이상적인 무의 상태로 현실의 복잡함, 즉 관념적인 것이 사라진 모습인 채 존재하고, 현실을 벗어나 작가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어 간다.
 
정소윤, 작은 너 하나, 2022, 투명사에 염색, 미싱, 65x45cm. /아트사이드 갤러리
 
유연하고 무한의 가능성을 지닌 섬유를 통해 자연과 인체를 담은 조형작업을 이어온 정소윤은 섬유를 만지며 마음을 다스리는 작업방식으로 재료의 물성을 받아들이고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투영하고자 한다. 가족의 죽음, 예기치 못한 고비들을 겪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이어온 작가는 결국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거대한 자연 앞에 작은 하나임을 포용해 솔직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허찬미, 골목과 화분과 고양이, 2022, 캔버스에 아크릴, 90.9x72.7cm. /아트사이드 갤러리
 
팬데믹 이후 단절된 사회를 마치 정지된 것과 같이 느낀 허찬미는 일상 속 마주하는 풍경의 작은 변화와 움직임을 보다 면밀히 관찰해 화폭에 담아낸다. 너무 사소해서 잊히기도 하는 사물과 그 주변의 것들을 포착하고 놓치고 있던 생동감을 부여하며 특유의 거친 듯 경쾌한 터치와 단순한 듯 섬세한 색채표현으로 본연의 풍경을 눈앞에서 발현시키며 특별하지 않다고 여겼던 순간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