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우리가 2022년 한국 아트씬을 잊지 못할 이유②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12.30 07:43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판의 성공적인 개최부터 미술품 거래 총액 사상 첫 1조원 돌파에 이르기까지 2022년은 한국 미술계에 있어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의 서두가 열린 한 해였다. 다사다난한 폭풍의 중심을 관통하며 이를 정통으로 목격한 미술계 전문가 11명에게 2022년 아트씬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또 다가오는 2023년은 어떻게 기대하는지 등에 관한 다섯 가지 공통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Frieze Seoul
 


◆이은주 더페이지갤러리 이사: 더페이지갤러리의 큐레토리얼 디렉터로서 진보적인 태도와 실험적인 정신, 젠더와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 미술가를 비롯해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지닌 해외 작가를 소개해오고 있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한해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연대’로서 공존하고 지속해온 시간이었다.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시간만큼 미술계에서는 다른 분야와의 단순 협업과 융합을 넘어선, 하나의 주제와 가치관으로 묶이는 연대 현상이 일어났다. 예술로서 연대하는 새로운 시작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just.stopoil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한 환경단체가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던진 사건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1200억원에 달하는 고흐의 명화에 음식을 던진 대범함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도 삶을 영위하는 것과 예술 중에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 아울러 그림을 보호하는 것과 지구를 보호하는 것 중 내가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문해보는 경험이었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미술계야 언제나 변화해왔으나, 업계 종사자들이 그걸 실제 피부로 느끼는지는 다른 문제인 듯하다. 그런 배경에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동시 개최는 단언컨대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가 공감할,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미술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세계 메이저 아트페어인 프리즈의 상륙은 그 자체로 한국 미술의 가치와 시장성을 입증해주는 축제였다. 글로벌 컬렉터가 행사장에 몰리며 행렬을 열기를 이어갔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국제 미술계의 ‘K아트’ 사랑을 증명하듯이 앞다퉈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과 국제 기획전이 성사되고 있지 않나. 더불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공동 개최를 계기로 로컬 아트페어가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암스테르담 시립박물관(Stedelijk Museum)에서 열리고 있는 임호프의 전시 전경. ⓒAnne Imhof
암스테르담 시립박물관(Stedelijk Museum)에서 열리고 있는 임호프의 전시 전경. ⓒAnne Imhof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안네 임호프(Anne Imhof)는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 대표로 참가, 파우스트의 활약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가다. 그 이후 행보가 기대가 꺾일 수도 있는데 임호프는 새로운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설치, 신체, 공간, 음악, 그림이 어우러진 작업을 통해 덧없는 삶의 순환, 그리고 현재 순간의 혼란에 시달리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다면적 작업으로써 보여준다. 거울로 바라보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은유적으로 볼 수 있는 안네의 작품을 한국에서도 소개되길 기대한다.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한국의 아트씬도 미술의 미래를 논하고자 하는 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 열광해도 여전히 미술계와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AI 그림 사이트 미드저니와 인공지능 예술가 달리2의 등장은 그런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이러한 변화는 AI와 다를 바가 없는, 이를테면 빅데이터를 기반한 레퍼런스를 조합한 듯한 얕은 작업들은 멈춰야 한다는 사실과 단지 ‘사람의 손맛’이란 이유보다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작업의 근거가 필요함을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매체를 앞세우면서 실상 똑같은 예술 언어를 반복하던 기존의 NFT 전시 너머의 담론이 분명히 등장할 것이고 그에 맞춰 미술 시장 역시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콜렉팅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것이다.
 
유귀미, Your Time, 101.6x91.4cm, 40x36in, oil on linen, 2021 ©Guimi You, Make Room LA Gallery
 
◆김예지 아트시 아시아 비즈니스팀 서울 디렉터: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품 거래 플랫폼 아트시(Artsy)에서 근무 중이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미술사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서울옥션 홍콩 경매팀과 글로벌 사업팀을 거쳐 전시 기획, 국내외 갤러리, 기관, 작가들과 협업하며 글로벌 미술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2022년은 ‘범미술계 팀플레이’로 설명될 수 있다. 올 한해 한국 미술계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아시아의 ‘미술 수도’ 서울을 만들어내기 위한 멋진 합작을 이뤄냈다. 뮤지엄,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패션업계부터 정부 기관과 개인 컬렉터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전 세계 미술인들에게 서울의 파워를 보여줬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단연 지난 9월 프리즈 서울이 휩쓸고 간 일주일이다. 그 기간 열린 셀 수 없이 많은 행사에 방문할 때마다 지금 여기가 홍콩, 뉴욕, 런던이 아닌 서울이라는 점에 새삼스레 놀라곤 했다. 런던에서 유학 당시 1년에 딱 한 클래스만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사 수업을 들었을 때, 그리고 홍콩에 한국 작품을 싣고 가서 침 튀기며 작품에 관해 설명했을 때, ‘한국 미술이 중국, 일본만큼만 국제적 관심을 받을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던 바람이 드디어 이뤄졌다는 사실에 희열이 엄청났다. 올해 프리즈 서울을 위해 방한한 해외 미술계 인사만 8000명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서울이 아시아 미술 허브가 되는 큰 첫걸음이었던 2022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그 걸음이 계속될 거라 믿는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한국 아트씬의 ‘국제화’다. 적어도 홍콩에는 가야 볼 수 있었던 국제 메가 갤러리들이 서울점을 개관하기 시작했다는 것. 또한 프리즈 서울을 통해 한국 컬렉터를 직접 만난 수많은 글로벌 갤러리들이 서울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거나, 아트시, 아방 아르테(Avant Arte) 등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미술 시장을 겨냥하는 등의 현상은 기존 극소수의 플레이어 중심으로 정적이었던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활력을 불러왔다. 
 
©Simon Ko
사이먼 고의 작품. ©Simon Ko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한 명만 고르기 너무 힘들어 두 명을 추천하고자 한다. 유귀미(Guimi You)와 사이먼 고(Simon Ko) 두 작가의 작업 세계는 꿈꾸는 듯한 환상적인 색감과 끊임없이 스토리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유귀미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을 몽환적인 색감으로써 화면에 옮기는데, 동양화를 전공한 그만의 독특한 색 표현력에 한 번 매료되면 작품 앞에 몇 시간이고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사이먼 고의 작품은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의 생각을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친 마티에르 속의 깊이 있는 색 표현이 지극히 서정적이라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욱 빠져들게 한다. 두 작가는 글로벌 아트씬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한국 미술가로, 나 역시 이들의 작품 구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Guimi You, Make Room LA Gallery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2023년은 쉽지 않을 듯싶다. 불경기가 확실히 미술 시장의 숨통을 더욱 조여올 것이고 미술 대축제 기간인 프리즈 서울 기간에도 이전과 같은 팡파르를 울리는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또 한 번의 팀플레이로 미술계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난의 시간을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미술의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미술 시장의 불황은 전 세계적인 것이지만, 한국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정부 차원에서 미술 시장을 지원해주는 특별한 제도들이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부 기관의 다양한 지원제도를 십분 활용하는 기지를 통해 잘 버텨내고, 돌파해나가야 할 것이다. 
 
/Frieze Seoul

 
◆발렌티나 부치 프리랜스 큐레이터·미술 전문 에디터: 이탈리아에서 예술사 학사를, 영국에서 문화정책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럽과 한국의 아트 매거진, 문화 기관 등과 협력해 한국 문화의 인사이트를 알리고 교류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아트리뷴(Artribune), 아트시(Artsy), 오큘라(Ocular) 등에 글을 기고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Booming’이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세계의 시선이 말 그대로 서울에 상륙한 한 해였기 때문이다. 외부인은 이러한 결과물이 수년간 쌓아온 견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 그리고 이미 존재하던 것이라는 걸 알지 못할 수 있는데, 미술 시장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한국이 지닌 환상적인 예술 환경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그렇다는 거다. 또한, 미술을 장려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행해진 외교적 전략 또한 오늘날의 더 많은 결과물을 가져다준 요인이기도 하다. 예컨대, 수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이 유럽 박물관에서 한국관을 마련하는 데 있어 어려웠다면, 최근에는 LACMA나 V&A와 같은 유수의 기관에서 한국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지 않나. 느리지만 꾸준히 지속돼 온 과정의 결과물로서의 ‘붐’인 셈이다. 나 역시 한 외부인으로서 이를 직접 지켜보고 끊임없는 노력이 보상받는 것을 목도하는 것에 감격스럽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프리즈 서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미술 무대를 한국 미술이 정복했다는 걸 보여주는 명백한 예시 중 하나다. 프리즈 서울은 더욱 많은 미술계 전문가들이 한국과 그 아트씬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고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아트페어 외에도 말하고 싶은 사례가 아주 많다. 스페이스 케이에서 열린 이근민 작가의 전시부터 부산시립미술관의 이형구 개인전, 조현화랑의 이배,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우람의 전시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특히 지난 5월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곽영준과 장세진 2인전은 한국 내 퀴어 문화와 입양,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의 교차점을 탐구하고 보여줌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열기로 들뜬 한국 미술 시장의 화려한 붐과는 별개로, 이와 같은 전시는 여전히 논하길 꺼리지만 중요한 주제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기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올해 들어 비로소 완숙기에 접어든 한국 미술의 생태계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다. 이 배경에는 예술계의 탈중앙화에 대한 니즈, 서구 시장의 포화, 팬데믹에 대응하는 컬렉터들의 반응, 한류 열풍 등 여러 요인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어우러져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이룩하고 세계적인 주목의 중심으로 이끌었다고 믿는다. 얼마 전, 나는 이탈리아의 한 인기 팟캐스트에 초대받아 한국 미술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나는 학술적인 연구자로서, 한국 문화 산업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거나 ‘K-art’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걸 목격한다. 현재 한국이 수많은 이들의 화두라는 증거 중 하나일 것이다. 
 
리만 머핀 팜비치에서 열리고 있는 김택상 개인전 전경. /Lehmann Maupin
이근민의 작품. /Lehmann Maupin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적어도 세 명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김택상 작가를 추천하고 싶다. 더 일찍 인정받았어야 마땅할 그는 실은 내가 2년 전 내가 한국으로 이주해 와서 그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나를 반겨준 첫 작가이며, 이후 내가 한국 미술에 관해 쓴 첫 기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 다른 추천 작가는 이근민이다. 그의 회화는 본능적인 동시에 강력하고 명상적인 면모를 지니는데 흡사 영혼에 말을 걸어오는 듯한 그림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그의 작품을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리고 미디어 아티스트 얄루의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은 상상 속 해초를 소재로 삼아 미래 시각을 이야기하는 사회문화적 분석과 연결된다. 얄루의 작품은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얄루의 작품. /FACT Liverpool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구는 긍정적으로, 다른 누구는 부정적으로 예측할 것이다. 그저 나의 희망은 한국 미술의 확장이 일방적이지만은 않길 바란다. 긍정적이고 흥미로운 성장을 위해 로컬 생태계의 확장과 더불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과 한국 미술이 다른 나라와 여러 유의미한 방면으로 교류할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나의 고향인 유럽에서 한국에 대해 더욱 많이 배우고 나만큼 한국 미술을 사랑하게 되길 소망한다. 
 
/Frieze Seoul

 
◆윤성준 스튜디오AA 공동대표·아트 컬렉터: 미술 아카이빙 영상 제작사 스튜디오AA(Studio-AA)를 설립하고 미술관, 갤러리 등과 협업해오고 있으며, 동시에 콜렉티브 파글렌 듀오를 통해 미술사,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음악과 공간 구성으로써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다양성’의 해였다. 정말 볼거리가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놀라운 다양성에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프리즈 서울을 전후로 해 해외 화랑이 대거 유입되고, 여러 신생 아트페어도 생겨났으며, 신규 갤러리와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더할 나위 없이 다채로웠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프리즈 서울의 개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전에 온라인으로만 연락하고 컬렉팅했던 작가들과 갤러리들을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지 특별한 경험이었다. 또 다른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프리즈 서울 기간 열린 한 파티에서 지인들과 모 해외 아티스트가 함께 어울려 깜짝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처음’이라는 점에서 오는 설렘은 언제나 특별한 것 같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지난 몇 년 사이 MZ세대의 컬렉팅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돼 오고 있다. 특히 기존의 경매나 화랑을 통해서 그림을 구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소셜미디어 등에서 작가와 직접 소통하거나 해외 갤러리와 관계를 맺어 작품을 구매한다는 점이 가장 도드라지게 변화한 점일 테다. 이들은 자신의 소장품을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또한 이들 컬렉터는 미래에 가서도 끝까지 남을 미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이러한 작품 소장가들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게 아주 인상 깊다. 
 
살친구의 작품. /윤성준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더프리뷰 성수에서 발견한 퀴어 아티스트 양승욱과 허호 작가로 이뤄진 콜렉티브 살친구를 추천하고 싶다. 발랄하고 밝은 색감의 작품도 눈길을 끌지만, 한국 사회에서 퀴어 콜렉티브로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본 데에 대한 반가움도 컸다. 이들처럼 변두리에 있는 영역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가 재치 있게, 자주 논의될 날을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해외에서 가장 신선하게 본 이슈 중 하나는 터너상에 출현한 콜렉티브의 존재들이었는데, 느슨한 연대라는 키워드, 그리고 이 느슨한 연대에서 어떻게 이런 뾰족한 메시지들이 나올 수 있는지를 되새겨보는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많은 콜렉티브가 있더라는 것을 새삼스레 발견했다.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경기가 얼어붙은 것은 이미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즈 서울 훨씬 이전부터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들이 앞다퉈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려보다는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2023년 열릴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두 번째로 열릴 프리즈 서울 등 다음 해에도 여전히 볼거리 넘치는 한해가 될 거다. 환경은 이러하나, 미술을 사랑하는 우리의 변치 않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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