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우리가 2022년 한국 아트씬을 잊지 못할 이유①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12.28 06:10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판의 성공적인 개최부터 미술품 거래 총액 사상 첫 1조원 돌파에 이르기까지 2022년은 한국 미술계에 있어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의 서두가 열린 한 해였다. 다사다난한 폭풍의 중심을 관통하며 이를 정통으로 목격한 미술계 전문가 11명에게 2022년 아트씬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또 다가오는 2023년은 어떻게 기대하는지 등에 관한 다섯 가지 공통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Frieze Seoul

 
◆윤정원 파운드리 이사: 뉴욕대학교에서 예술 행정 석사를 졸업했으며, 뉴욕한국문화원,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등 다양한 비영리 예술 기관에서 직접 아티스트 및 관객과 소통하며 현장 경력을 쌓았다. 2021년 6월 서울 한남동에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 파운드리 서울을 개관해 다양한 동시대 미술가를 소개해오고 있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Celebration’이다. 오랜 시간 노력해온 한국의 미술계가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해였다. 세계적으로 미술계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계속해서 언급되며 동시대 미술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바로 ‘프리즈 서울’이 아닐까. 세계 메이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그야말로 한국 미술계의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닌, 다방면으로 성실하게 노력해온 미술기관과 갤러리, 그리고 함께 성장해온 작가와 수준 높은 관객이 힘을 합해 이뤄낸 결실이었다. 프리즈 서울 주간에는 페어장 외 다양한 베뉴에서도 다양한 주체가 주최하는 많은 연계 행사가 진행된 덕택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친밀하게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소중했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1~2년 전에도 이미 한국 미술계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수준 높은 장이 마련되고 있었고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시장 또한 재호황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다만 올해의 특징적인 변화라면 한국이 전 세계 미술계가 분명히 주목할 만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그리고 해외 갤러리들의 직접적인 유입과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해 아트씬이 풍성해지고 이에 따라 담론 또한 더욱 다양화돼 가고 있다는 것이 가시적인 변화 중 하나다. 다채로운 배경을 지닌 작가들이 소개됨에 따라 더욱 풍성한 주제가 다뤄지고 매체나 형식 또한 한결 더 자유로운 형태로 소개될 수 있었던 듯하다.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The Milk of Dreams’에 초대된 이미래 작가. /La Biennale di Venezia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The Milk of Dreams’에 초대된 이미래 작가. /La Biennale di Venezia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된 이미래 작가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젊은 여성 작가로, 고무, 철, 시멘트 등 날 것의 재료를 탐구하고 해체하거나 결합해 인간의 결핍과 욕망, 감각을 형상화하는 키네틱 조각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다. 이 젊은 작가의 대담한 주제와 표현 방식, 작품의 스케일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꼭 예술이어야만 하는가’란 질문에 꼭 예술이어야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작업이 좋은 작업이라고 믿는다. 더 나아가 보는 이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어떠한 감정, 사고, 혹은 행동이든 반응을 이끌어 낸 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탐구와 독창적인 해석 방식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미래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미술 시장 역시 경제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미술 시장도 타격을 받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위기라기보다는 과열됐던 시장이 재점검되고, 급변하는 미술계에서 냉철하고 건강한 담론이 생성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아트씬이 성숙하게 발전하고 건강한 성장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시간인 셈이다. 2022년이 그동안 묵묵하게 성장해 온 한국 미술계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해였다면, 2023년은 재점검과 더불어 건강한 발전과 확장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Frieze Seoul

 
◆이승민 국제갤러리 어소시에트 디렉터: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교 졸업 후, 과거 경매회사와 아트페어에 몸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갤러리에서 전시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야말로 ‘폭풍’ 같은 한 해였다. 작품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낸 작가들도 많았고, 그들의 작품을 거래하는 신생 갤러리들도 연달아 오픈하다 보니 한동안은 갤러리 오프닝과 관련 행사에 참석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프리즈 서울 기간에는 이를 중심으로 대담, 포럼, 파티 등 수많은 행사가 개최되면서 미술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패션, 럭셔리, 관광 등의 업계가 미술과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환경에서 미술의 역할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최초의 프리즈 서울 개최 소식이 아닐까 싶다. 한국이라는 시장을 전 세계 미술계에 각인시킨 계기였다. 프리즈를 상징하는 흰 천막(텐트) 아래 실내외가 뒤섞이는 분위기에서 열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지만, 프리즈 서울의 아트 위크 기간 운영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돌이켜 봤을 때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한 주 동안 도시 전체를 풍요로운 문화예술로 가득 채운다는 프리즈의 비전은 제대로 수행된 것 같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의 영향 아래 생활했던 지난 몇 년간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서로 간에 물리적인 거리감이 생겼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메타버스 등의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관계를 쌓는 법을 터득했고, NFT 등 신개념의 출현으로 대중 및 타 업계에서는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미술계에 한발 다가선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서울로 집중되며 한국 미술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해 이제는 ‘글로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에 공식적으로 지점을 오픈해온 해외 대형 갤러리들의 움직임을 비롯해, 프리즈 위크 동안 한국을 방문한 수많은 해외 인사와 컬렉터들이 서울이 아트 허브로서 지닌 가능성을 증명해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에서도 소수만이 향유하던 곳처럼 여겨졌던 미술 시장이 이제 패션, 럭셔리, 금융, 관광, 숙박 등 여러 분야와 연계되며 경제수익을 창출하다 보니 미술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많이 변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 컬렉터들도 급격히 늘어났는데, 실제로 주변의 대기업 직장인, 전문직, 스타트업 대표 등 비미술계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처음으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방문했고 어떤 작품을 사야 할지, 미술 감상 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등을 질문해왔다. 새로 유입되는 컬렉터가 많아지면서 대가뿐만 아니라 신진작가의 작품도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현상들이 결합돼 국내 미술 시장이 더욱더 탄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6월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 올리버 비어 개인전 ‘공명- 두 개의 음’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지난 6월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 올리버 비어 개인전 ‘공명- 두 개의 음’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인상 깊게 본 작가는 타데우스 로팍 서울점에서 접한 영국 작가 올리버 비어(Oliver Beer)다. 작가의 작업을 대표하는 푸른색이 평소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그의 ‘공명 회화’ 연작이 마음에 특히 와닿았다. 캔버스 아래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미세한 진동을 통해 이동하는 표면 위 안료가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기억에 남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다.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현재 미술 시장이 다소 가열된 상황이라 2023년에는 이러한 거품이 조금 빠지고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갤러리, 기관, 컬렉터 상관없이 모두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미술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경우에 대해 걱정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지만, 다가오는 새해에도 화랑미술제, 제2회 프리즈 서울, 키아프 등 여러 행사가 정기적으로 예정돼 있으니 업계 실무자로서는 우선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긍정적으로 지켜보려 한다. 
 
/Frieze Seoul
 

◆게리 예 아트드렁크 설립자: 글로벌 미디어 브랜드 아트드렁크(@artdrunk)를 설립하고 10만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아트 인플루언서다. 현재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아트씬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Blossoming’이다. 수준 높은 기관들과 화랑들, 컬렉터들과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언제나 글로벌 아트씬을 위한 비옥한 땅과도 같았다. 2022년은 한국의 아트씬이 국제적인 가능성으로서 발전해 나가는 그 첫해였다. 지난 9월, 모두가 서울에 집중해 있었고 아마 대부분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사실 편향된 답변이긴 하지만, 프리즈 서울 기간 열린 첫 번째 아트드렁크 파티에 대해 말하고 싶다. 특정 소수의 미술계가 아닌, 미술계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노력해온 아트 드렁크 팀의 단합을 잘 보여준 사례였으며, 오랜 친구들, 새로운 친구들이 모두 모여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서로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낸 자리였다. 더욱 많은 이들에게 미술을 소개함으로써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을 체감한 이 경험은 지금도 내게 많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몇 년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미술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들부터 심지어 그들의 부모에 이르기까지 미술에 눈길이 가고 있는 듯하다. 갤러리와 미술관은 주말이면 관람객으로 꽉 차고, 수많은 미디어들은 아트 관련 콘텐츠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 미술계 안에서도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 기쁘지만, 게다가 한국 작가들은 이러한 한국 미술계의 성장 덕분에 더욱더 많은 국제적인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 또한 반갑다.
 
케이 이마주의 작품. /@kei_imazu
케이 이마주의 작품. /@kei_imazu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한 명의 작가를 고르라는 것은 항상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케이 이마주(Kei Imazu)는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작가다. 그의 색감과 복잡한 화면 구성이 아주 멋지다. 여러모로 이마주의 그림이 2022년 나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글로벌 아트씬은 팬데믹 이전으로, 기대 이상의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고 모두가 바쁘지만 아름답게 그에 동참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올해 달아오른 흥분이 내년까지도 탄력을 받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 많은 이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갤러리들이 생겨나며 이머징 아티스트들을 위한 전시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상황에 따른 불안감도 분명 있기에 미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겠다.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Frieze Seoul
 

◆조윤영 AML 공동대표: 아트페어와 아트 컨설팅 전문 기획사 AML을 이끌고 있다. 아트부산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맡아 국내 중요 아트페어로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제1회 더프리뷰 한남(2021)과 제2회 더프리뷰 성수(2022)를 기획해 신진 작가와 갤러리를 위한 아트 마켓을 형성해가고 있다.
 
─2022년 미술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Alternative’다. 팬데믹을 겪으며 미술관, 갤러리, 아트페어 등 물리적 공간이 곧 상징이자 중요한 부분이던 미술계도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메타버스와 온라인 뷰잉룸 같은 기술적 대안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문화예술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던 NFT의 급부상은 미디어 작품 시장이 성장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던 원본성과 거래방식에 있어 희망적인 대안으로 인식됐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이 NFT 아트는 오리지널리티가 핵심인 평면 회화를 디지털기술로 재해석하여 여러 사람이 소유할 수 있도록 원작의 본질을 ‘대체 가능’하도록 바꾸어 놓았다. 아울러, 한국 미술 시장으로 집중해 보자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등장한 프리즈 서울로 인해 전례 없던 세계적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과도기에 나타나는 성장통처럼 프리즈 서울은 즐겁고 유효했지만, 동시에 유쾌하지 않은 교훈도 남겼기에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 새로운 대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의 미술 시장의 성장에 있어 MZ세대의 영향력도 놓칠 수 없다. 미술품 컬렉팅의 방법과 접근에 있어 전통적 패러다임 대신 온라인과 SNS라는 빠르고 문턱이 없는 방법으로 그들의 취향과 선택은 미술계에 물결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젊은 신진의 작가들이 새롭게 시장에 소개되고 이런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집중하는 갤러리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듯 MZ컬렉터의 행보는 한국 미술계의 양적인 성장화 함께 질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대안이 될 듯하다. 
 
─올해 미술계에서 잊지 못할 일은?
 
작품 오픈런! 처음 기사를 통해 오픈런 풍경을 접했을 때만 해도 ‘설마’라는 의구심과 함께 약간의 과장이 있겠거니 싶어 애써 동요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더프리뷰 성수 오픈 3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인원을 보며 감격스러운 마음과 함께 잊지 못할 기억으로 각인됐다. 이와 함께 당연히 프리즈 서울도 빼놓을 수 없다. 프리즈 서울 기간, 한 해외 메이저 갤러리의 애프터 파티가 어느 뒷골목 치킨집의 ‘치맥’과 진행됐는데, 이곳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 평론가, 갤러리스트, 컬렉터 모두 한데 모여 즐기는 모습의 사진 역시 잊지 못한다. 우연히라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함께 닭다리를 뜯는 진풍경이라니 말이다.
 
─1~2년 전과 비교해 2022년 미술계에 가장 큰 변화는.
 
올해의 한국 미술계는 급변하게 성장하고 확대돼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 해였다. 국제적 사회, 정치, 경제 이슈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하나의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과열 또는 투자로 일컬어질 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의 이 열기를 만든 동시대 컬렉터, 미술애호가들은 진심으로 컬렉팅을 즐기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한 부분으로 예술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안도가 되기도 한다. 또한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서울에 분점을 연달아 내고 한국인 디렉터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공격적인 모습도 한국 미술계의 지각변화를 빚었다. 한국 갤러리들의 해외 분점 진출에 속도를 내게 하고 한국 작가들이 해외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큰 변화의 한 축이라 생각된다.
 
순이지의 작품. /@soon.easy
순이지의 작품. /@soon.easy
 
─2022년 발견한 최고의 아티스트는.
 
순이지 작가. 지난 11월 열린 더프리뷰 아트위크 중 한 파트였던 미니아트페어 ‘앙코르 더프리뷰’에 참여한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에 첫눈에 반했는데 그 이면에 숨겨진 마치 고해성사와도 같은 불편한 메시지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경험을 했다. ‘Good Luck’이라 쓰인 차 뒤로 달려오는 큰 불빛, 장례식 관속에서 ‘유레카’를 외치는 등 작품 속 메시지는 냉소적인 자세로 삶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넌지시 던진다. 작가는 삶에 대한 올바른 부정도 받아들일 줄 아는 가치관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위트가 넘치는 메시지와 반대되는 귀여운 이미지를 보고 있노라면 발가벗겨진 나의 내면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작가명 Soon(곧)과 Easy(안락함, 편안함)를 더한 ‘곧 안락해진다’라는 뜻처럼 순이지 작가의 그림을 보고 나면 부정적인 마음의 무게가 덜어져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2023년 한국의 아트씬은 어떨까. 예측과 기대는?
 
한국의 아트씬은 성장과도기에 있다. 1보 전진하기도 하고 주춤하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모색을 이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한국의 서브 컬처와 영 아트 마켓에 대한 기대도 질적으로 한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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