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트컬렉터가 택한 작가 김지아나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12.07 17:58

브뤼셀서 두 번째 개인전 가져
흙에 담긴 생명과 소멸의 의미, 포슬린 조각으로써 캔버스에 구현

IR inside IR (22-06_SE), Porcelain, Admixture, Stain, 2022. /가나오케이
 
꽃잎처럼, 물결처럼 때론 산맥처럼 보이며 자연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선사하는 김지아나의 독창적인 작업에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리-보우웬스 갤러리(Lee Bauwens Gallery)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개인전에 현지 아트러버들과 미술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작을 비롯해 얇은 세라믹 조각을 각기 하나씩 벽에 설치한 신작 등 김지아나의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브뤼셀 리-보우웬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지아나 개인전 전경. /가나오케이
 
우리네 삶과 사회현상, 인간의 감정 등 무수한 동시대 이야기를 포슬린 조각으로 고안해낸 독특한 조형언어로 풀어내온 작가의 포슬린 작업은 화려한 컬러로 빚어져 입체감과 볼륨감이 도드라지는, 일종의 벽에 거는 조각과도 같은 형태를 띤다. 그의 작업은 빛을 받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데, 빛을 마주하면 특유의 강렬한 입체적 변주와 굴곡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지아나의 작업에 매료된 벨기에 보고시안재단(Boghossian Foundation)이 후원에 나서면서 이번 전시가 성사됐다. 보고시안재단은 지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연계 전시로 한국 단색화를 후원하며 세계적 관심을 주도한 바 있다. 김지아나는 2019년 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보고시안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구회사 ‘소시에떼 빅(Bic)’을 비롯해 럭셔리 패션하우스 델보(Delvaux), 셀리오(Celio) 등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기반의 아트 컬렉터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브뤼셀 리-보우웬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지아나 개인전 전경. /가나오케이
 
김지아나의 작품은 단색화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으면서도, 평면성이 아닌 물질을 다각도로 실험적 모색을 바탕으로 단색화와는 다소 차별화된다. 피부처럼 얇은 세라믹 파편을 캔버스 위에 일일이 손으로 붙이며 작품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 작가는 흙을 ‘친구’라고 칭하며 함께 노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재료가 지닌 물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흙이라는 물성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굽고 부수며 다시 연결하는 행위를 거듭하는데, 이를 통해 흙의 본성을 고민하고 나아가 생명과 소멸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1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브뤼셀 리-보우웬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지아나 개인전 전경. /가나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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