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알알이 생명력 불어넣는 작가 ‘정정엽’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11.25 17:42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
수상기념전, 내달 6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

24일 미술상 시상식에 역대 수상자들이 참석해 정 작가의 수상을 축하했다. 왼쪽부터 오원배, 곽훈, 윤석남, 정종미, 정정엽, 황용엽, 강경구, 정복수. /아트조선
 
“여성과 남성, 예술과 사회 그리고 일상과 예술 등과 같은 이들의 간극과 이들 간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지속해왔습니다. 어떤 때는 저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 같아 힘들기도 했는데, 이 상을 주시는 것은 앞으로도 그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수상자인 정정엽(60) 작가는 여성, 살림, 노동, 생태 등을 주제로 삼아 주류계층의 이면과 소외된 약자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화면에 담아왔다.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 정정엽 작가 개인전 전경. /윤다함 기자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 정정엽 작가 개인전 전경. /윤다함 기자
 
그가 본격적으로 화단에 뛰어든 1980년대는 가부장제 중심의 사회 분위기로, 여성 작가가 입지를 다지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를 방관하지 않고 ‘두렁’, ‘갯꽃’, ‘여성미술연구회’, ‘입김’ 등의 모임을 만들거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동료 여류 화가들의 미술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길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 특히 그는 살림과 작업을 병행하며 일상에서 발견하고 체득한 평범한 소재를 캔버스에 옮겨와 예술로 승화했다. 콩, 팥 등 곡식과 감자 따위의 채소 그리고 나물에 이르기까지 가정주부로서 자신의 삶으로부터 차용해온 이들 소재는 그의 화면을 통해 치열하고도 강인한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 정정엽 작가 개인전 전경. /윤다함 기자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 정정엽 작가 개인전 전경. /윤다함 기자
 
미술상 심사위원장인 박천남 김택화미술관 학예실장은 “이중섭의 예술정신은 약자와 그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중섭미술상이 그러한 정신을 기리고자 설립된 상인 만큼 1980년대부터 사회 약자를 향한 공감과 연대를 꾸준히 이어온 정정엽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다”라고 설명했다.
 
미술상 운영위원인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정정엽의 작품은 조용하면서도 소란하고, 일상적이면서도 혁명적이며, 포용적이면서도 반란적이다. 팥이 농사와 노동을 통해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노동과 작가가 하나하나 캔버스에 팥을 그리는 노동을 비견하는 새로운 미학적 결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민중미술가이자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정정엽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금호미술관, 인사미술공간,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2020), 제4회 고암이응노미술상(2018)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시상식은 역대 미술상 수상 작가 황용엽(1회), 윤석남(8회), 오원배(9회), 강경구(12회) 정종미(13회), 정복수(31회), 곽훈(33회)을 비롯해, 김종규 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홍준호 발행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미술상 수상을 기념하는 작가의 개인전은 내달 6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무료.
 
제34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 정정엽 작가 개인전 전경. /아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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