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에 번지는 뭉게구름 같아라… 서승원의 ‘동시성’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11.03 13:42

개인전, 30일까지 대구 갤러리신라

Simultaneity 21-315, Acrylic on canvas, 2021. /갤러리신라
서승원 개인전 전경. /갤러리신라
 
한국적 정서와 정신성에 뿌리를 두고 이를 현대적인 화폭으로 구현하는 데 몰두해온 서승원은 지난 50여 년간 줄곧 ‘동시성(Simultaneity)’을 주제로 화업을 이어왔다. 이는 육안으로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동일하고 균등한 시공간 속에 발현하는 것을 뜻한다. 그의 회화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오묘한 풍경의 화면을 지닌 배경이다. 
 
서승원 개인전 전경. /갤러리신라
 
한국 전통미학과 정신을 기반으로 한 서승원의 동시대적 감성의 회화는 그의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됐다. 서승원은 어린 시절 문풍지가 뱉어내는 은은한 달빛의 기억과 오방색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화면에 녹여내는데, 그중에서도 달빛이 창호지를 적시며 스며 나오듯 한번 정제되고 탈색된 색은 작가에게 있어 동시성의 정체성을 이루는 바탕이자 평생 골몰할 수 있게 한 동인(動因)이었다.
 
“형태와 색채와 공간, 이 세 요소가 등가(等價)로서 하나의 평면 위에 동시에 어울린다는 뜻이죠. 이 모든 게 함께 어우러지는 감성적 예술세계라고나 할까요. 이를 통해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아울러 드러내고자 하는 겁니다.”
 
서승원 개인전 전경. /갤러리신라
서승원 개인전 전경. /갤러리신라
 
한옥, 책가도, 오방색 등과 같은 한국적 요소를 작품에 끊임없이 녹여 내거나, 창호지, 문, 꽃, 도자기, 가구 등 한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통적 요소를 기하학적 추상미술로써 세련되게 표현하는데, 최근에는 BTS 리더 RM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미술시장에서의 수요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승원 개인전 전경. /갤러리신라
서승원 개인전 전경. /갤러리신라
 
한국 기하학적 추상의 개척자이자 단색화 대표 작가 서승원의 개인전이 대구 갤러리신라에서 열리고 있다. 여든을 넘긴 화백이 최근 제작한 신작 30여 점을 내보이는 귀한 자리다. 
 
그는 평면이면서 평면이 아닌 것, 공간이면서 공간이 아닌 것,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공간이면서도 평면이고 평면이면서도 공간이 되는 화면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은 이를 더 발전시켜 어떻게 하면 공(空)과 면(面) 모두가 내면으로 숨어들 수 있을지를 추구하고 있다. 형도 부수고 면도 없애면서 모든 것이 색 속에 숨어 들어가는 듯한 그의 신작은 이달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 CP